MB측, 대책회의 방침
내부서 ‘MB 인지설’ 나오자
“현정부 정치보복 너무 심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으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이 구속되는 등 검찰 수사의 ‘칼끝’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턱밑’까지 이르면서 현 정부와 전전 정부 간 갈등도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측근들의 구속과 불리한 내부인 진술이 잇따르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대책 마련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이 전 대통령의 한 핵심 측근은 17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전 기획관 등이 구속된 만큼 오늘 참모들이 모여서 대응책을 정하기로 했다”며 “회의에서 별도의 입장을 낼지, 낸다면 어떤 내용과 형태로 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대책회의가 열릴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이 전 대통령 사무실 앞에는 일찍부터 취재진이 몰려들었지만, 민감한 상황을 반영하듯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한 참모들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관심이 고조된 상황을 감안해 다른 장소에서 회의를 여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박용석 ‘이명박 대통령 기념재단’ 사무국장은 “이 전 대통령은 다른 일정이 있어 오늘 사무실에 나오지 않는다”며 “입장을 발표하게 되면 따로 통보하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그러나 이명박 정부 시절 핵심 인사들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이 재임 중 국정원 특활비가 측근들에게 전달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하는 등 기존 자신들의 입장과 배치되는 진술을 하자 적잖이 당황해하는 모습이다.

실제 한 측근은 ‘내부인 진술이 이런 식이라면, 대응 논리가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어려운데, 이 사람들(현 정부)의 정치 보복이 정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며 “대응 방안은 다른 참모들과 만나서 차근차근 이야기를 나눠 보겠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 특활비 유용은 없었다’는 기존 입장에는 조금도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그간 검찰 수사망이 조여올 때마다 적절한 시점을 택해 직·간접적으로 입장을 밝혀 온 이 전 대통령 측이 김 전 기획관 등의 구속 이후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것도 이 같은 곤혹스러움을 방증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전날(16일) 김 전 기획관 등의 구속 사실이 전해지기 전에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국정원 특활비 상납 사실을 보고받았다는 의혹 보도에 적극 반박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국정원 기조실장은 대통령을 독대해 이 같은 내용을 보고할 위치가 아니다”며 “있지도 않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검찰이 이 같은 허무맹랑한 내용을 언론에 흘린 것이라면 이는 이 전 대통령을 포토라인에 세우기 위한 짜맞추기식 표적수사이자 퇴행적인 정치공작”이라며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철·김현아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