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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진, 구속적부심서 석방

법원 “범죄 성립 다툼의 여지”
11일만에 입장 바꿔 논란 자초
속도내던 檢 적폐수사에 제동

김관진(사진)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 11일 만에 풀려나며 그간 매섭게 몰아치던 검찰의 ‘적폐 수사’도 일부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그간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이 제기된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 스스로 수사의 고삐를 늦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적폐 수사’ 제동 걸리나 = 한 검찰 고위 간부 출신 변호사는 23일 “김 전 장관이 전날 구속적부심사 뒤 풀려나며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 사건과 관련해 김 전 장관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연이어 수사하려는 검찰의 ‘큰 그림’은 어그러졌다고 봐야 한다”며 “김 전 장관의 석방을 계기로 검찰 수사가 ‘정도’를 되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2010~2012년 군 사이버사령부에 당시 여권을 지지하고 야권을 비난하는 온라인 정치 관여 활동을 벌이게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구속적부심사 심문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1부(부장 신광렬)는 “피의자의 위법한 지시 및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의 정도, 변소(항변·소명) 내용 등에 비춰볼 때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위법한 지시를 한 적 없다’는 김 전 장관 측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석방 결정의 이유로 범죄 혐의가 제대로 소명되지 않았다는 지적으로도 해석되는 만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이태하 전 심리전단장 등을 구속하며 속도를 내던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게 됐다. 자연스레 김 전 장관을 거쳐 이 전 대통령으로 향하려던 검찰의 칼끝도 일단 멈출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이번 석방 결정을 계기로 아예 검찰의 적폐 수사의 방향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검찰 내부적으로도 적폐 수사가 지나치게 길어지거나 수사 범위가 넓어질 경우 ‘역풍’이 불거나 피로감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1일 만에 달라진 법원의 결정 = 앞서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11일 “주요 혐의인 정치관여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김 전 장관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다. 반면 22일 같은 법원 형사합의51부는 “범죄 성립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주거가 일정하고,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석방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검찰이 구속할 수 있는 기간이 20일인데 그중 절반 이상이 지난 만큼 추가 조사 등을 통해 국면이 달라진 것으로 보이고, ‘인멸할 증거가 더 이상 없는 것 같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 변호사는 “굳이 두 결정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영장전담판사의 결정보다는 형사합의부 수석부장판사가 포함된 재판부의 결정에 무게감이 실리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