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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新정부의 잇단 인사·정책 파행
文대통령 지지 70% 요지부동
구태의연 제1야당이 1등 공신

한국당 ‘레드넥’ 행태 점입가경
전통적 보수층조차 수용 못해
정연한 논리로 국정 능력 보여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6개월이 흘렀다. 6년 같이 답답한 기간이었다. 사드(THAAD) 배치를 둘러싼 혼선, 북핵 안보 위기에 대한 무기력 대응,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중단 번복, 공영방송 정치 개입의 재연, 노동 개혁의 부진, 그리고 김기정·안경환·조대엽·박기영·김이수·박성진의 낙마에 이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논란에 이르기까지 정책과 인사의 파행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비판 여론이 들끓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 지지율은 60% 후반∼70% 초반 수준에서 공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바른정당 탈당 의원의 합류로 본격화한 보수 통합 움직임, 댓글 수사 방해 의혹 검사의 투신, 권력 핵심인 전병헌 정무수석의 횡렴 혐의 등으로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10%대로 올랐지만, 지지율이 50%를 넘나드는 여당에 비할 바 아니다.

이처럼 정부 여당이 승승장구하는 이유는 무얼까? 진영 논리로 똘똘 뭉쳐 일사불란한 공세를 일삼는 친문 댓글 부대, 속칭 ‘달빛기사단’의 위세가 아무리 강고한들 그 영향권 내의 사람들은 제한적이다. 보다 중요한 이유는, 사회의 다수인 중도 성향 국민의 마음이 정부 여당의 잇단 실정에도 야당 쪽으로 옮겨오질 않는 데서 찾아야 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북한 및 주변 강국들의 위협적 언동 속에 국가 안위를 걱정하고, 시장경제를 신봉하며, 사회통합·법질서 준수를 중시하고, 자신의 위치에서 맡은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전통적인 보수층 국민이다.

정부 여당의 실정에도 이들의 마음이 움직이질 않는 것은 보수 야당의 행태가 참으로 지리멸렬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한심한 건 의석수 116석의 거대 제1야당인 한국당의 모습이다. 게이트 정국과 대통령 탄핵 사태를 거치며 이들은 하루아침에 덩치만 큰 벼랑 끝 야당 신세로 전락했다. 누구 탓할 것 없이 자초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중대한 시기에 이들은 국민의 거대한 분노를 읽지 못한 채 근시안적 당리당략으로 일관해 사태를 악화시켰다. 국민 앞에 죄지은 정치 집단의 자세로 머리를 조아리는 시늉도 잠시, 이들은 이내 권위주의와 계파 정치에 절어 있는 구태의연한 본모습으로 돌아갔다.

문제는 문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 이러한 상태가 더욱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이들에게서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보수 야당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한국당 하면 떠오르는 건 교양 없고 거칠며 완고한 편견을 지닌, 영락없는 ‘레드넥(red neck)’ 이미지다. 성이 잔뜩 난 얼굴로 좌충우돌 오기를 부리고 특히 자신의 비판자에게 거칠게 대들며 감도 아닌 소송을 남발하는 행태가 그 전형이다.

수많은 사례 가운데 하나다. 얼마 전 KBS·EBS 국정감사장에서 한국당 의원들이 KBS의 ‘개그콘서트’를 강하게 성토하고 나섰다. 이명박·박근혜·전두환 대통령 사진을 놓고 가장 싫은 이를 고르는 설정의 개그였다. 응답자 역의 개그맨은 당황한 모습으로 “전…” “전…전…” “전…전…전…” 하며 말을 더듬었다. 이를 두고 출제자 역의 개그맨이 “전두환 대통령?” “이전 대통령?” “전 전 대통령?”하며 웃음을 이끌었다.

한국당에 분명히 말한다. 이러한 메시지에 담긴 국민 분노의 코드를 읽지 못한 채, 이 정도 수위의 비판적 풍자에 성질을 내고 방송사 관계자들을 겁박한다면 한국당이 국민의 마음을 살 가능성은 없다. 분노의 주체는 국민이지 한국당 의원들이 아니다. 국민의 마음이 풀릴 때까지 반성의 기간은 끝나는 게 아니다. 그때까지 한국당은 더없이 진중하고 낮은 자세로 보수 야당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합리적이고 정연한 논리로 주요 국정 현안의 시시비비를 가려 국가를 바로 이끄는 능력을 보여야 한다. 붉으락푸르락 말고 자신에 대한 비판을 경청해야 한다. 그것이 차갑게 얼어붙은 국민의 마음을 풀고 신뢰를 복원하는 정도(正道)다.

아마추어리즘, 내로남불, 독선, 정치 보복으로 치달리는 정부 여당을 견제하며 국정을 바로 잡는 보수 야당의 역할이 절실한 때다. 설상가상 어제는 규모 5.4의 포항 지진이 온 나라를 흔들었다. 하지만 한국당이 보이는 레드넥 행태로는 희망이 없다. 당 안팎에 독기처럼 퍼져 있는 ‘반(反)지성주의’를 어떻게 걷어낼지에 제1 보수 야당, 더 나아가 나라의 명운이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