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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영화 이어 ‘설왕설래’

“창작 의도 전체맥락 봐주길”

연예계가 ‘여혐(여성혐오) 프레임’에 갇혔다. 영화, 드라마에 이어 가요계도 여혐 논란이 일며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23일, 3년 만에 정규 9집 앨범 ‘위브 돈 섬싱 원더풀’(WE‘VE DONE SOMETHING WONDERFUL)을 발표한 에픽하이는 각종 음원 차트를 석권하고 있는 가운데 세번째 트랙 ‘노 땡큐’의 랩가사가 도마가 올랐다. “Mother*ucker만 써도 이젠 혐이라 하는 시대, shit”라는 대목이 여혐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에픽하이는 “전체적인 맥락을 봤을 때 세태를 풍자하고, 자아를 찾아내자는 메시지를 담으려고 노력한 곡”이라며 “그런(여혐)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월화극 시청률 1위에 오른 KBS 2TV ‘마녀의 법정’(극본 정도윤)은 한국 드라마 최초로 여성아동범죄전담부 검사의 이야기를 다루며 여성가족부의 제작 지원을 받고 있음에도 여혐으로 읽힐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첫번째 에피소드로 남자 조교를 성폭행하려 한 여교수의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 피해자인 줄 알았던 여성이 실제로는 가해자였다는 설정이 일부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극장가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개봉됐던 배우 장동건, 이종석 주연 영화 ‘브이아이피’(사진)는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장면 때문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나체인 여성을 카메라로 훑고, 여러 남성이 이 여성을 조롱하며 죽이는 장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해 박훈정 감독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박 감독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젠더 감수성이 부족해 여성 관객의 불편함을 미처 파악하지 못한 내 잘못을 반성한다”의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외에도 5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객을 모은 ‘킹스맨:골든 서클’은 위치 추적기를 여성의 생식기 안에 부착하는 장면 때문에 여성 비하 논란이 일었다.

2016년 5월 일명 ‘강남역 살인사건’ 발생 이후 여혐 논란은 들불처럼 번졌다. 이와 함께 여성 배우는 굳이 ‘여배우’라 부르는 것 등 부지불식간 자리 잡은 여성 차별적 시각을 담은 대중문화 콘텐츠에 대한 비판의 시선 역시 날카로워졌다.

이에 대해 한 연예계 관계자는 “여혐이 사회적 화두로 대두되며 그동안 쉽게 넘겼던 여혐 콘텐츠에 대한 자정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지지한다”면서도 “반면 콘텐츠 전체의 맥락과 창작 의도 등은 보지 않고 내용 일부를 여혐 프레임 안에 가둬 매도하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