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무거운 발걸음’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대행체제 유지’에 사실상 반기

金 ‘전원 입장문’ 발표 지시로
‘신규임명 바람직’ 의견 밝힌듯

헌법재판관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체제 유지’ 방침에 사실상 반기를 들었다.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포함한 재판관 전원(8명)이 문 대통령에게 신임 재판관 임명에 더해 소장 임명까지 요구한 만큼, 김이수 대행이 대행직 사퇴 의사를 굳힌 것으로 풀이된다. 헌법재판관들이 재판관 및 소장 인사와 관련해 청와대에 문제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7일 헌재 관계자에 따르면, 다수 재판관은 청와대가 지난 10일 김이수 대행 체제 유지 발표를 하면서 지난달 18일 열린 재판관 간담회 결과를 ‘대행 체제 유지’ 근거로 삼은 것에 대해 “비상식적”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재판관 전원이 김이수 재판관이 대행직을 계속 수행하는 데 동의했다’고 한 데 대해 헌재 내부에서는 “재판관 전원은 새 소장이 나올 때까지 일시적 대행 유지에 동의한 것이지, 1년까지 가는 장기적 동의를 한 게 아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같은 입장에도 재판관들은 그간 공식 대응을 삼갔다. 그러나 재판관들은 문 대통령이 직접 국회의 ‘국감 보이콧 사태’ 등을 비판하는 페이스북 글을 14일 올리고, 야당이 이에 대해 또다시 반박하는 등 논란이 더 커지자 입장을 바꿔 16일 오후 긴급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 재판관들은 “헌재소장 및 재판관 공석 사태의 장기화로 인하여 헌재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은 물론 헌법기관으로서의 위상에 상당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표했다”며 “조속히 임명 절차가 진행돼 헌재가 온전한 구성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김 대행을 포함한 재판관들은 헌재 공보관을 불러 언론에 입장문을 알리도록 지시했다.

헌재 안팎에서는 사실상 김 대행이 사퇴 의사를 굳힌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행이 주재한 재판관 회의에서 재판관들은 ‘소장 임명’을 청와대에 공식 요구하기로 입장을 정했다. 이는 김 대행 스스로 청와대의 방침과 달리, 더는 대행직 유지를 하기 어렵다는 결단이 전제됐다는 해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 대행 역시 소장 임명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재판관 전원 입장문을 통해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