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3개월내 결론 도출 추진
부자증세도 열흘내 개정안 마련
국민들 동의 이끌어낼지 미지수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탈원전과 ‘표적증세’ 등 주요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전문가들을 배제한 채 국정 운영 지지도만 앞세워 속전속결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절차적 정당성과 정책의 효율성 확보와 관련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속전속결식 정책 추진으로 선진국에서는 통상 수년간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되는 탈원전은 불과 90일 만에, 증세는 문 대통령의 최초 언급 후 기획재정부의 세법 개정안 설명회 날짜(8월 2일)까지 불과 10여 일 만에 졸속 결정되게 됐다. 특히 소통 부재와 졸속 추진은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어 향후 국정 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임기 5년의 대통령이 국가의 기본 틀을 바꾸는 일을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것에 대해 ‘쿠데타적 발상’이라는 비판도 내놓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25일 “국회와 제대로 협의도 안 하고 여론 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고 전문가들과 숙고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 채 집권 초 지지율을 바탕으로 정책 결정을 하는 것은 정권의 오만한 독주”라고 말했다. 속도전 하듯 밀어붙이는 정책 추진은 문재인 정부가 전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을 ‘절차적 정당성 상실’이라 공격했던 그 문제점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은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들이 대부분 국회에서의 입법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야권과 사안별 정책연합을 꾀해 소수정권의 어려움을 돌파해 나간다는 복안이지만 야권의 반응은 녹록지 않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탈원전 및 신고리 원전 중단 지시에 대해 ‘법 위의 대통령’ 행태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면서 “수급 대책 없이 탈원전이 결정될 경우, 그걸로 안보는 끝”이라고 몰아세웠다. 여권의 표적증세 추진에 대해서도 야권은 반대하고 있다. 특히 절차가 무시되고 과정이 생략될 경우, 궁극적으로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허민 선임기자 minsk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