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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3) 57장 갑남을녀 - 6

기사입력 | 2017-07-25 08:11

“아이고, 너, 지금 어디 있냐?”

대뜸 이석호가 물은 순간 이성갑은 숨을 들이켰다. 아버지, 중소기업 총무부장으로 명퇴를 한 후에 지금 6년째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아버지, 성실하지만 요령이 없어서 리베이트를 먹은 부하 과장들이 40평대 아파트에 사는데 부장은 30평짜리에 산다고 어머니한테 만날 구박을 듣던 아버지, 외아들인 이성갑한테 큰소리 한번 못 치던 노쇠한 아버지, 그 아버지가 지금 2주 만에 이성갑의 전화를 받은 것이다.

“예, 한시티에 있어요, 아버지.”

한시티 시간은 낮 12시 50분, 한국은 11시 50분일 것이다. 오늘은 아버지가 경비 근무인가? 그때 이석호가 다시 물었다.

“돈은 있어?”

“예, 아버지.”

“몸은 괜찮여?”

“예, 아버지, 어머니는요?”

“집에 있다.”

그러는 걸 보니 아버지는 경비근무다. 하루 쉬고 하루 일하는 경비근무인 터라 근무하지 않을 때는 아버지가 어머니하고 집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는 걱정 말고.”

이석호가 먼저 말을 잇는 이유는 뻔하다. 자식 성품을 아는 터라 분위기를 바꾸려는 것이다.

“내가 네 계좌로 1000불쯤 넣어주마, 또 돈이 필요하면 말해라.”

1000불이면 아버지 월급의 삼분지 이다.

월급이 150만 원이기 때문이다.

“아버지, 저 취직했어요.”

이성갑이 말했을 때 이석호는 가만있었다. 말을 들었지만 그것을 뇌에서 다시 한 번 듣는 것 같다. 이석호가 물었다.

“무슨 말이냐? 취직하다니?”

“예, 여기 한시티의 컴퓨터 수리 업체인데요, ‘부루스타 컴퓨터’라고…….”

“…….”

“거기 AS 팀장으로 과장대리가 되었어요, 아버지.”

“아이고, 이런…….”

“월급이 5000불이고요. 방 2개짜리 숙소가 제공돼요. 숙소에 가전제품이 다 있어서 몸만 들어가면 되었어요.”

“어, 저런…….”

“아버지, 제 주소 불러드릴 테니까 제 옷하고 쓰던 물건 좀 보내주세요.”

“아, 그래야지.”

정신이 난 이석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주소 문자로 보내라.”

“예, 아버지.”

“네 어머니가 아침마다 교회에서 나가서 기도하더니 기뻐서 춤을 출 거다.”

“예, 아버지, 제가 연락할게요.”

“그래야지, 지금 해라.”

“제가 카톡으로 제 숙소 사진하고 회사 사진까지 보내드릴게요.”

“어, 그래, 그래.”

“제가 아버지, 어머니 두 분 이곳으로 초청하려고 해요.”

“아, 그건 나중에.”

들뜬 이석호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다.

“네 어머니하고 연락하고 나서.”

그러고는 이석호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핸드폰을 귀에서 뗀 이성갑이 길게 숨을 뱉었다. 그때 문득 이것이 행복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는 것이다. 가슴이 벅차면서 모두에게 고맙고, 자신이 자랑스러운 이 감정, 인생에서 처음 겪어보는 중이다. 이성갑이 아직도 쥐고 있는 핸드폰을 보았다. 한시티에 온 지 오늘로 2주째, 부모는 걱정이 되었지만 이성갑이 연락을 해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먼저 전화를 하면 이쪽을 재촉하는 느낌이 들까 봐 그랬겠지. 이것이 보통 사람들의 부모 자식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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