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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외교관료 출신 정의용
다자외교 전문가인 강경화
韓·美 동맹 강조한 홍석현
對北대화론자 문정인 등용
軍 출신 배제 외교안보라인

중견국 글로벌 리더십 통해
한반도문제 해결 주도 의지

문재인 정부가 첫 외교·안보 라인 인사를 군(軍) 출신보다 국제사회에서 소통에 강한 외교 전문가를 우선 등용했다. 전 정권에서 득세했던 군 출신을 배제하면서 안보 문제를 ‘국방’에 국한하지 않고 주변국과의 외교를 통해 풀어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미·일·중·러 등 자국의 이익 중심으로 움직이는 주변 강대국들 속에서 글로벌 외교에 강한 인물들을 발탁, ‘중견국 글로벌 리더십’을 통해 북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가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2일 정치권과 외교가에 따르면 전날 임명·지명된 4명의 외교·안보 라인 인사들은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인물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정통 외교 관료(정의용 국가안보실장)와 다자외교 전문가(강경화 외교부 장관 내정자)를 외교·안보 라인 일선에 배치하고 대통령의 좌우에는 한·미동맹파(홍석현 통일외교안보특보)와 대북대화론자(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를 두어 ‘견제와 균형’의 묘미를 살렸다는 평가다.

한 외교 관계자는 “외교·안보는 개개인 수장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팀워크’가 정말 중요하다”면서 “이번 인사를 보면 정 실장이 외교·안보 라인을 총괄 조정해주는 역할을 하고, 외교·안보·통일 라인별로 전문가들이 기용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안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교 관료 출신인 정 실장이 국가안보실장에 임명된 것은 군 출신이 외교·안보 수장을 맡아 강경 대북 정책을 이끌던 전임 박근혜 정부와 가장 대비되는 대목이다. 전임 정부에서 군 출신의 김장수·김관진 안보실장이 강경 대북 기조로 일관하면서 외교와 남북관계에 있어 위기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정 실장은 북핵·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등 당면 현안이 외교·안보·경제·통상을 모두 포괄하는 만큼 외교·안보 라인 ‘조정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강 내정자는 국제기구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다. 북한과 미·중·일·러 등 4강에만 우리 외교를 국한하지 않고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한반도 문제, 특히 북핵 문제를 국제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하면서도, 국제사회에 우리의 대북정책에 대한 이해를 구해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포석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핵 대응을 포함한 대북관계는 외교부보다는 국가정보원이 주도권을 쥐고 핵심 전략을 마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내정한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는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을 막후에서 주도했던 인물이다. 북핵 및 대북관계를 풀어가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 특보는 상근이 아닌 비상근으로 이들이 실질적으로 정책을 수립, 집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남북관계를 무조건적 대북 포용으로 가져가기보다 국제사회와의 공조 속에서 단계적으로 풀어가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국제 인맥이 풍부한 홍 특보가 한미·다자외교의 역할을 해주고, 대북 포용파인 문 특보가 북핵 및 대북정책의 아이디어를 대통령에게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외교장관 내정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 내정자가 업무차 스위스를 방문한 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JFK 공항에 도착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