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 자동화 기폭제”

일본 정부는 지난 2014년 아베 신조 총리가 “로봇으로 산업혁명을 일으키겠다”고 언급한 이후 ‘로봇 신(新)전략’이란 문서를 발행하며 국가적·체계적인 로봇산업 지원을 하고 있다. 부족한 일자리를 메우면서 전 세계 산업현장의 자동화를 로봇산업 발전으로 이끌겠다는 것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세계 로봇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화낙·야스카와·가와사키 등 일본 3개 로봇 제조업체의 생산량은 전 세계 로봇 생산량의 42.5%를 차지한다.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해결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일본을 로봇산업 선도 국가로 만든 것이다. 일본은 지난 2015년 ‘로봇 신전략 5개년 계획’에서 2015년 6000억 엔 규모의 시장을 2020년까지 2조4000억 엔(약 24조 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민관 합동으로 투자되는 돈만 총 1000억 엔에 달한다.

일본이 로봇산업을 적극적으로 활성화하는 이유는 저출산·고령화란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노동인구는 감소하고 일손도 부족한 데다, 빌딩·교량의 내구도 등을 검사하는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로봇을 선택한 것이다. 구보 토모아키 일본 로봇혁명이니셔티브 사무국장은 “오랜 기간 경기 침체를 겪고 있었지만 일본에 기술과 경험이 축적돼 있었던 것이 로봇산업 활성화에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인들은 교육·보육을 제외한 대부분 분야에서 로봇의 서비스를 받는 것을 기피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보 사무국장은 “오히려 의료 서비스를 원하는 노인들의 경우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때문에 로봇 서비스를 받는 것을 선호할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 일본인은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데 대한 거부감도 덜하다. 일본 경제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인 중 로봇으로 일자리에 영향을 받으리라 생각한 계층은 전체의 30%가 채 되지 않았다. 특히 고학력 전문직일수록 자기 일을 로봇이 대신한다는 걱정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리카와 마사유키 일본 경제산업연구소 부소장은 “로봇의 영역이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정도로 상용화되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며 “이 때문에 고학력 직종일수록 자신의 일자리를 잃을 것이란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보 사무국장도 “아직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로봇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 =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