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남 암살사건의 유력 용의자 4명이 말레이시아를 빠져나가 북한 평양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들의 송환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에서 북한에 송환을 요청하더라도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직접 강제할 수단이 마땅찮은 상황이다.

일반적인 국가라면 수교를 맺은 대상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광범위하게 맺지만 북한은 예외국에 해당한다. 북한과 말레이시아는 2009년 상호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는 무비자 협정을 체결하는 등 가까운 사이지만, 형사 범죄에 대한 구체적인 인도 협약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형사사법에 정통한 한 법조인은 20일 통화에서 “북한은 접경에 있는 러시아와도 2015년에야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는 등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 행보를 보여 왔다”고 말했다.

국가 간에 맺는 범죄인 인도법은 대체로 형사 범죄를 저지른 자가 다른 나라로 도주했을 경우 그 나라에 범인 체포와 인도를 요청할 수 있게 돼 있고, 중범죄를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조약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에 송환 요청을 하더라도 해결할 수 있는 카드는 외교적 압박이 유일하다. 말레이시아 정부 역시 사망한 김정남 시신의 북한 송환을 놓고 “말레이시아법에 따라 시신을 가족이나 친지가 확인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히고 있어 양국의 외교적 대치 상황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김정남 암살 용의자들에 대한 송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말레이시아 정부는 북한 정부에 송환을 요구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대표는 “북한도 북한 정부가 개입한 게 사실이 아니라면 이 네 명의 혐의자를 말레이시아 정부에 즉각 송환시켜 철저한 수사를 할 수 있게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