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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사이사이에 캡슐형 객실
독서의 나라여서 가능한 발상

APA호텔은 극우책 비치 논란
역사왜곡의 통로될까 큰 우려

호텔 객실에 비치된 책자에 관심을 기울이는 투숙객은 사실 많지 않다. 호텔 측도 그런 이유에서인지 객실 내 비치 책자로 지역 소개 서적이나 잡지, 서양 호텔의 경우 성경 정도를 택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러나 ‘독서의 나라’로 알려진 일본에서는 객실 내 비치 서적에도 큰 의미가 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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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는 최근 일본 도쿄(東京)의 한 이색 호텔을 기사로 소개했다. 도쿄 이케부쿠로(池袋)역 인근에 있는 ‘BOOK AND BED’란 호텔(사진)은 일본에 흔히 있는 캡슐호텔 중 하나지만, 호텔 내부를 가득 채운 대형 책장과 일본어 및 외국어로 쓰인 3200여 권의 장서는 이곳을 특이한 호텔로 만든다. 2개 층으로 이뤄진 이 호텔은 독서등이 달린 캡슐형 객실 52개와 공동샤워실 및 화장실 그리고 책을 읽을 수 있는 대형 소파가 시설의 전부다. 객실은 책장 사이사이 군부대의 벙커처럼 위치해 있다.

호텔 측은 홈페이지에서 “편안한 밤잠을 위한 완벽한 시설은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어 과연 누가 이런 호텔에서 숙박할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게다가 객실 종류에 따라 숙박료도 하루 3800엔(약 3만9000원)이나 4800엔(4만9000원)에 불과해 수지타산이 맞을지도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호텔은 개업한 지 1년 반 이상 영업이 유지되고 있으며 또 다른 유명 도시 교토(京都)에도 지점이 있다. 일본 특유의 독서 문화가 이 호텔을 지탱하고 있는 셈이다.

로이터는 이 호텔을 ‘책벌레를 위한 호텔’이라고 규정했다. 호텔 관계자도 로이터에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 것은 고객들이 뭔가 즐거운 일을 하다가 잠에 빠져드는 호텔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투숙객들이 독서삼매경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잠들길 원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이 역시 최근 스마트폰 확산으로 인해 독서 인구가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전철이나 카페 등에서 문고본 서적을 손에 들고 있는 사람들이 즐비한 ‘독서의 나라’ 일본이기 때문에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이자 바람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의 난징(南京)학살과 위안부 동원 역사를 부정하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 국가론’ ‘자랑스러운 조국 일본’ 등 극우적 내용의 서적을 객실에 비치해 국제적 논란을 일으킨 일본 아파(APA)호텔그룹 문제는 ‘민간업체의 일’이라며 가볍게 지나칠 수만은 없을 듯하다. 일본의 누군가는 아파호텔 객실에서 이런 서적을 탐독하다 무심코 극우적 사고에 동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