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 = 송재우 기자 jaewoo@

⑤ 美-北 ‘가장 공격적 리더십’ 대결 <끝>

北 ‘美겨냥 ICBM’ 발사 위협
트럼프‘北 좌시 않겠다’ 강경

美여론 “北제재, 제대로 해야”
대화 통한 北核해결에 회의감

타협의 기회는 아직 남아있어
美‘입증 가능한 核동결’ 촉각

2017년 1월 20일 미국의 제45대 대통령 취임식을 맞아 새로운 북한핵 해법의 시계가 재깍거리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정권을 다루는 방향과 수위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관망된다. 트럼프 행정부에 포진한 매파 인사들은 최근 잇따라 북한에 대해 “선제공격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고 있고 북한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으로 미국에 위협을 가하고 있어 한반도의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따지면 ‘어른과 아이’의 대결이라는 표현조차 무색할 정도지만 북한은 미국의 오랜 골칫거리였다. 1993년 3월 12일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한 이후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등 3명의 미국 대통령은 아무도 북한의 핵 개발을 막지 못했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도 마찬가지였다.

4반세기의 시간이 흐른 지금 북한은 실전 배치가 임박한 핵미사일로 한국을 협박하고 있다. 북한의 대미 위협 강도가 높아져 미국이 실질적인 군사행동에 들어간다면 제2의 한국전 발발이라는 최악의 경우까지 치달을 수 있다.

트럼프는 북한 핵무기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일 신년사에서 “ICBM 시험 발사 준비사업이 마감단계”라고 언급하자 바로 다음 날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냉소적으로 트위터를 날렸다. 지난해 1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이(김정은) 미치광이가 더는 핵을 갖고 장난을 못 치게 해야 한다.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노련한 사업가인 트럼프가 군사행동을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예단하기는 어렵다. 지금 행동에 나서야 미래에 더 큰 손실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더구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내정자 등과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 등 강경 매파들이 트럼프 주변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트럼프 역시 2000년 출간한 저서 ‘우리에게 걸맞은 미국(The America We Deserve)’에서 북한 핵 원자로 시설에 대한 정밀 타격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은 “미국 여론은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이 비현실적이라고 결론을 내린 분위기”라며 “만약 북한을 제재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기류”라고 전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게임에서 중국을 지렛대로 북한을 움직이는 과거의 외교적 해결법이 재연될 여지도 있다. 말은 거칠지만 트럼프도 한국의 동의 없이 군사 행동을 취하기는 어렵다. 중국을 통한 대북 제어는 문제를 확대시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핵 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할 정도로 중국이 북한의 목을 조를 것으로 보는 낙관적인 북한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결국 중국을 통한 외교적 해법은 현상유지로 흐르게 되고, 북한의 핵 보유를 미국이 인정해야 하는 미래 현실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 또는 이후의 미국 대통령은 그 시점이 되면 ‘입증 가능한’ 핵 동결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다. 19일 디인텔리전스에 실린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의 ‘미국이 북한의 실체에 직면할 시간’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은 북한 핵 문제의 향방, 미국과 북한의 대결에 혜안을 제공해 준다. 란코프 교수는 “북한과 미국이 그러한 타협에 나설 기회가 아직 있는 한, 미국의 새 대통령은 그것을 멈출 수 있도록 모든 것을 해야만 한다”고 언급했다.

이제교·김만용 기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