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검 수사 ‘3大 한계’

참고인 檢출석 강제수단 없고
朴대통령 대면조사 답변 뻔해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지만, 모든 의혹을 철저히 파헤치겠다는 의지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박 특검이 계속 강력한 수사 의지를 피력하는 것도 여론의 지지 등을 바탕으로 수사 동력을 확보해 난항을 극복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특검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장애물은 사건 당사자들이 대체로 혐의를 부인하고 입을 닫고 있다는 점이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대기업 총수들이 6일 위증죄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대가성이 없었다’고 진술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새누리당 지도부와 만나 여전히 국가를 위한 ‘선의’라고 하고 있다”며 “이들이 특검에서 진술을 번복할 가능성은 희박하기에 이를 뒤엎을 증거와 진술 확보가 수사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기업 총수들은 이미 검찰 조사와 국회 증언에서 일관된 진술을 해온 만큼 특검도 이를 염두에 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 역시 결국 버티는 박 대통령과 이를 뚫으려는 특검팀이 맞붙는 형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수사 기한은 정해져 있는데 다뤄야 할 내용은 방대하다는 점도 특검 출범 때부터 제기돼 온 난제다. 특검은 준비 기간과 한 차례 수사 연장 가능한 30일을 포함해 120일 동안 수사를 마쳐야 한다. 당장 검찰에서 넘겨받은 수사 기록만 2만여 페이지에 1t이 넘는 분량이다. 수사 기록 검토 뒤 대략적인 수사 방향을 잡는 데에만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들여다봐야 할 핵심 수사 내용만 해도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 출연을 포함해 박 대통령과 최순실(60) 씨 등의 뇌물죄, 문건 유출을 포함한 최 씨 등의 국정농단, ‘세월호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의 행적 등이다. 여기에 수사가 확대될 경우 최 씨의 부친인 최태민 목사 등 최 씨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까지 수사가 이어질 수 있다.

특검에 동행명령권이 없는 것도 큰 부담이다. 동행명령권이 있는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도 주요 증인들이 갖가지 이유를 대며 불참해 ‘맹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의 소환일 경우 특검이 이를 강제할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주요 참고인들이 해외 출장 등의 이유로 출석을 거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수사에 대부분 응한 상황에서 특검 수사는 피하려는 움직임이 이미 일부 대기업 총수 등에서 감지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경우 특검 수사에는 응하겠다고 했지만, 입장을 바꿔도 마땅한 강제 수사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결국 박 대통령 직접 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만큼 다른 증거들로 범죄 사실을 입증해야 해 수사에 더 많은 노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의지만으로 넘을 수 없는 한계들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국민적 지지가 큰 만큼 특검이 이를 통해 수사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