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특검의 ‘입’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규철 변호사가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법무법인 강남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 향후 수사방향

대기업들 대가성 전면 부인
청문회 분석해 허점 파고들기
증거 확보·法논리 개발 주력

구체적 대가성 입증 안될 경우
3자 뇌물 아닌 ‘포괄 뇌물’도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박영수(64) 특별검사의 목표는 명확하다. 규명해야 할 의혹이 많아 수사는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는 것이 불가피하지만, 수사의 ‘종착지’는 결국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낸 행위의 ‘대가성’을 일제히 부인하는 대기업의 논리를 법리적으로 깨야 한다. 현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강요 혐의의 ‘피해자’ 신분인 대기업들을 특정 대가를 바라고 재단에 거액을 내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전환하는 것이 특검 수사의 ‘중대 관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특검의 칼날은 재단 출연 행위 및 추가 지원금 납부 행위의 대가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대기업으로 우선 향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전날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출석해 “사회공헌이든, 출연이든 대가를 바라고 한 지원은 없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대가성을 갖고 출연한 바는 없고 제 결정도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청와대의 강요에 의해 돈을 뜯긴 ‘피해자’임을 부각하는 발언도 나왔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GS그룹 회장)은 “청와대 요청을 기업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거절하기가 참 어렵다”고 했고, 구본무 LG그룹 회장 역시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검은 대가성을 철저히 부인하는 논리를 펴고 있는 대기업들의 방패를 뚫을 수 있는 ‘물증’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특검은 박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 간 독대 전후 의사소통 과정에서 구체적인 청탁이나 암묵적 청탁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시기 대기업들이 전경련을 통해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한 사실이 있는지, 수사·세무조사·사면 등과 관련해 청와대에 부정한 청탁을 한 일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다.

그중에서도 삼성은 특검의 집중 타깃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삼성이 ‘비선 실세’ 최순실(60) 씨 딸 정유라(20) 씨에게 80억 원가량을 개별 지원한 것은 ‘공익적 사유’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최근에 다 보고받았는데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들었다”고 밝힌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성사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역할도 특검의 주요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지난해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다”며 반대표를 던졌던 윤석근 일성신약 대표는 “주주총회 전 김신 삼성물산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민연금은 다 됐다(찬성으로 넘어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청문회에서 폭로했다. 그러나 김신 사장은 “합병에 반대하는 일성신약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에서도 긍정적으로 결정해줄 것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강하게 이야기한 것이 와전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수사 경과에 따라 특검팀이 제3자 뇌물죄가 아닌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하는 쪽으로 수사 방향을 틀 가능성도 있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최 씨 등으로부터 금품을 직접 받은 정황이나 단서 등이 드러나면 대통령의 직무 범위가 넓은 만큼 이 행위의 ‘구체적인 대가성’이 확인되지 않아도 포괄적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