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서 김성태(왼쪽) 특위 위원장이 최순실 등 불출석자들에게 발부한 동행명령장을 경위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 국조특위 2차 청문회

차은택 “최순실 지시 받아 김기춘 비서실장 공관서 만나”
김종 “정유라 보살피라고 김기춘이 시켰는지 말못해”
고영태 “블루K 崔 유령회사… 최순실 직원 사람 취급 안해”
김기춘 “비망록에 주관 가미… 우병우도 증인으로 출석해야”

7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는 ‘세월호 7시간’과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정, 대통령 연설문 수정 및 정책·인사 개입 등 최 씨의 국정농단 의혹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최 씨 자매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문고리 3인방 등이 출석하지 않음에 따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등에게 질문이 집중됐다.

◇2014년 말 최순실·고영태 다툼이 진실 유출의 시작=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던 최순실 씨의 존재, 그의 국정농단 실태가 외부로 알려진 계기는 지난 2014년 말 최 씨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의 다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 씨의 최측근이었던 고 전 이사는 이때부터 언론 등을 찾아다니며 최 씨의 국정농단 실태를 고발했다고 밝혔다. 고 전 이사는 ‘최 씨를 존경하고 좋아하느냐’는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아니다. 측근이라는 말도 사실무근”이라면서 “최 씨가 2년 전부터 모욕적인 말을 하고, 밑의 직원들에게 사람 취급을 안 하는 행위를 많이 해 (싫어한다)”라고 설명했다. 고 전 이사는 “2014년 말∼2015년 초 TV조선에 대통령 순방 일정이나 차은택 기업 자료, (박 대통령 의상실) CCTV 자료 등 여러 가지를 갖고 찾아갔었다”고 말했다. 또 “최 씨가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것을 좋아한다는 말을 지인들 앞에서 했느냐”는 질문에 “좋아한다는 말이 아니라 연설문을 고치는 것 같다고 기자 앞에서 얘기했었다”고도 말했다.

이와 관련,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 “2014년 말 두 사람(최순실·고영태) 사이에 돈 문제로 싸움이 생겼다”고 말했다. 차 전 단장은 “두 사람이 싸워 양쪽에서 각기 저에게 연락이 왔었다”며 “최 씨가 고 씨의 집에 찾아가 물건과 돈을 가지고 왔고, 그 돈이 (서로) 본인의 돈이라고 주장하면서 싸움이 생겼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영한 비망록’의 김기춘 전횡 의혹= 김기춘 전 실장은 일명 ‘김영한 비망록’ 2014년 10월 27일 기록에 ‘시신 인양 X, 정부 책임 부담’으로 쓰인 것과 관련, “김 전 비서실장이 ‘(세월호에 남겨진) 시신을 인양하면 안 된다. 정부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회의에서 말하고, 김 전 수석이 받아적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게 얘기한 일이 없다. 회의를 하다 보면 노트를 작성할 때 작성하는 사람의 주관적인 생각이 가미된다”고 부인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이 “대한민국 어린아이들이 차가운 배 안에 갇혀 있는데 어떻게 이런 지시를 했느냐”고 추궁하자 “그런 생각을 갖지 않았고, 그런 지시를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통진당 해산 과정에 개입했느냐’는 최교일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통진당 해산은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제소해 헌법재판소가 결정 내린 것인데, 저희가 사전에 알았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고 헌재로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완전한 루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한 책임을 묻는 질문에 “저는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 못 해서 오늘날 이런 사태가 된 데에 대해 참으로 부끄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의원님과 국민께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우병우 등용 및 승진 의혹= 김 전 실장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발탁될 때 개입했느냐는 질문에 “박 대통령이 만나보라고 해서 만났다”며 박 대통령 지시로 자신은 면접만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당시 사건을 잘 마무리해서 승진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모른다. 수석비서관 임명은 대통령이 한다”고 부인했다. 김 전 실장은 우 전 수석이 국정조사에 불응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저도 고령이고 심장에 스탠트 7개를 박아 입원할까 했지만 국회가 부르면 당연히 와서 진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우 전 수석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김 전 실장은 2014년 논란이 된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 “(박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문건의) 내용은 저를 2014년 초·중순 쳐내야 한다’는 것을 의논했다는 것”이라며 “저 자신의 거취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그 당시 대통령에 보고할 만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차 전 단장과 김 전 실장의 진술이 엇갈렸다. 차 전 단장은 최순실 씨를 통해 김 전 실장을 만났다고 밝혔다. 반면 김 전 실장은 “최 씨를 모른다”면서 “무슨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박 대통령이 ‘차은택이라는 사람을 만나서 문화융성 등 의지를 알아보라’고 해서, 차은택에게 직접 연락해 오라고 해서 만났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법률 미꾸라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지적에 “제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다. 또 “국정농단 진실 은폐자, 책임자”라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는 “국민에게 부끄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논란= 김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의 의혹에 대해 알고 있지 않으냐는 안민석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청와대 안에 계셨다고만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당시 박 대통령이 머리 손질을 했다는 의혹 보도의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당일 머리 손질을 했는지는 청와대 내부 조사에서 밝혀지지 않았느냐”는 최교일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도 “대통령 관저 내에서 일어나는 사사로운 생활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외부 사람이 청와대 들어오는 것은 경호실에서 관리하고 비서실에서는 몰랐던 일”이라고 부인했다.

김 전 실장은 “과거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차밍하고 엘레강스하고 위엄 있다고 말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고 답했지만,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세월호 당일 박 대통령에 대한 진료 여부 등에 대해서는 “관저 내에서 일어나는 일은 잘 모른다. 다만 그런 일이 없었다고 다들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박 대통령이 태반주사 등을 맞은 사실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몰랐다”고 답했다.

◇최순실·차은택 국정 개입 의혹=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는 더블루K 등이 최순실 씨의 유령회사가 맞느냐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맞다”고 말했다. KT 인사와 광고에 개입했느냐는 박 의원의 질문에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 “부분적으로 인정한다”고 말했지만 현대자동차 광고 개입 의혹은 부인했다. 박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최 씨에게 사람들을 소개했을 뿐 대통령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차 전 단장은 청와대 경호실의 ‘보안손님’ 아니냐는 질문에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고, 밤에 청와대에 들어간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절대로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오남석·김동하·유민환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