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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4일 추수감사절을 시작으로 연말연시에 들어간 미국에서 급기야 ‘도널드 트럼프 장식품’이 등장했다.

11월 8일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트럼프 물’ ‘트럼프 넥타이’에 이어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는 ‘트럼프 장식품’까지 출시하면서 또다시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트럼프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문구가 새겨진 빨간 모자를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용으로 제작한 뒤 판매에 나선 것.

테두리를 14K 금으로 마무리한 장식품의 정가는 149달러(약 17만4000원). 하지만 트럼프는 비즈니스맨답게 같은달 25일 ‘블랙 프라이데이’에는 99달러로 값을 내렸고, 28일 ‘사이버 먼데이’에도 25% 세일을 실시했다. 또 트럼프는 공식 판매 홈페이지에서 모자·텀블러 등 4종을 ‘지지자 패키지’라는 이름으로 82달러에 팔고 있다.

대통령 당선자가 선거캠페인 문구를 상품화하는 것은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미국에서도 전례가 없던 일이어서 당혹스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때문에 억만장자 트럼프가 백인 노동계층의 지지로 당선됐다는 점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트럼프 장식품 가격인 149달러는 이번 대선에서 30년간 민주당 지지에서 공화당 지지로 돌아선 켄터키주 엘리엇 카운티 주민 평균 연 수입의 이틀치이자, 트럼프가 폐지를 선언한 최저임금 근로자의 반(半)주일치 급여”라고 비꼬았다. 펜실베이니아대 경영전문대학원의 사미르 누모하메드 교수도 최근 대학원 홈페이지 기고문에서 “트럼프는 선거과정에서 본인을 포퓰리스트로 상표화했지만, 이는 본인 인생에서는 한번도 사용한 적 없었던 브랜드”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이 연일 비판하고 있는 트럼프의 공적·사적 이해 간 ‘충돌’ 가능성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 아직은 가능성에 불과하지만, 소소한 물품에서까지 이문을 남기는 트럼프가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게다가 트럼프 본인이 “전혀 이해가 충돌하지 않으며, 사업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면서 강행 의사를 밝히는 것이 더 문제다. 대통령 취임 뒤 공사 구분은 더 모호해질 수밖에 없고, 미국에서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까지는 아니더라도 친인척 비리가 터져 나올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을 예측했던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역사학과 교수와 앨런 릭트먼 아메리칸대 역사학과 교수가 트럼프 탄핵 가능성을 전망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세계화 이후 좌절·분노에 빠져 트럼프를 선택했던 미국 사회가 부패·비리에 대해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는지, 그 한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