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빨간 불’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의혹’과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다음 날인 26일 오전 시민들이 출근길을 재촉하는 광화문 광장의 붉은 신호등 뒤로 청와대가 흐릿하게 보이고 있다. 김낙중 기자 sanjoong@

- 靑 비서진 개편 논의

‘보좌 잘못’ 부정할순 없어
측근 3인방 퇴진 등도 유력
“지지율 여론조사 확인되는
내주 초까진 조치 있을 것”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대국민 사과를 한 데 대한 후속 조치로서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이상 고위 인사들의 일괄 사의 표명을 검토하고 나선 가운데 박 대통령이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청와대 내 인적쇄신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 전체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비선 실세’ 논란의 원인 제공자는 박 대통령이지만 대통령을 잘못 보좌한 비서진의 정치적 책임을 참모들 스스로도 부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대국민 사과로 국정 지지율 하락 등 레임덕 현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돼 현재의 국면을 반전시키기 위해 대통령이 동원할 수 있는 정치적 자산이나 전술적 카드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의 탈당과 청와대 및 내각 인사개편 등을 요구하는 새누리당 일각의 주장과 관련해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의 발언처럼 현재 침통함을 뛰어넘어 ‘패닉’ 상태에 빠져든 청와대는 후속 조치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

새누리당의 요구에 따라 청와대 내부에선 수석비서관들의 일괄 사의 표명, 우병우 민정수석의 사퇴, 측근 3인방의 퇴진 등이 유력한 후속 조치로 거론되고 있다. 이 중 일괄 사의 표명은 박 대통령에게 수석비서관들의 신임을 물음으로서 청와대의 쇄신 의지를 보여주자는 취지다. 특히 참모진이 먼저 사의를 표시할 경우 대통령이 이후 정국 추이에 따라 사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정면돌파를 선언할 수도 있고 참모진 전면 교체를 정국 반전 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정치적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일괄 사의를 표시하더라도 하루 이틀 내에 전면 교체 등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늦어도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 추락이 여론조사로서 확인되는 내주 초쯤엔 인적쇄신 조치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약 박 대통령이 비서진의 사의 표명안을 수용하게 되면 박 대통령은 이들 비서진으로부터 일괄 사표를 받은 뒤 선별적으로 교체하는 과정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정치 입문 이후 최악의 위기와 참담함 속에 이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일을 맞이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민족중흥회 주최로 국립현충원에서 열리는 박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부터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사전에 개인적으로 참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