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남북당국회담 앞두고
對南압박 주도권 잡기 일환

남북 당국회담 개최를 하루 앞둔 10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수소폭탄을 직접 언급한 사실이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사실이라면 수소폭탄급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평가할 정도로 북한의 수소폭탄 개발은 예민한 사안이다.

김 제1위원장이 핵보유국을 기정사실화한 적은 많지만, ‘수소폭탄’ 단어를 언급하기는 처음이다.

우선 미국이 대량파괴무기(WMD) 개발 및 인권 상황을 이유로 최근 대북 압박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한 반발 성격이 짙다. 11일 개성에서 예정된 남북 당국회담을 앞두고 협상 주도권을 잡기 위한 움직임으로도 풀이된다. 북한이 과연 최첨단 기술이 요구되는 수소폭탄 개발에 성공했는가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논란이 있어 왔다.

이날 김 제1위원장의 발언도 자세히 뜯어보면, 수소폭탄 개발 시점이 과거 완료형인지, 미래 시점인지가 불투명하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석하기 애매하지만 기술적으로 북한이 수소폭탄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현재 개발 중이라고 봐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협박성 블러핑’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은 그동안 한·미를 향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압박과 함께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는 전술을 구사해왔다. 개발 작업이 현재 진행형이라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에 대해 모든 종류의 핵·미사일 개발 활동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당국회담에서도 북한이 미국의 대북 압박 움직임을 빌미로 몽니를 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남북이 어렵게 마주앉은 만큼 협상의 판을 쉽게 깨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의 제재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는 데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미 정부가 9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지휘·통제하는 ‘전략군’을 제재 대상에 지정함으로써 대북 압박 강도를 높인 데 이어, 같은 날 서맨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정식 의제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국회담에서 의제 선정 등에 주도권을 잡으려 하고 있는 북한이 이를 빌미로 한·미 군사훈련 중단 등 기존 요구사항을 한층 강도 높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당국회담에서 우리는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의제화하려고 하는데 미국의 행동에 불만을 가진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이야말로 한반도 긴장 고조의 핵심적인 요인이라며 강하게 나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