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충돌 상급단체와 결탁한 기업 노조의 극단적인 투쟁은 결국 노사 공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노동시장 개혁저지 집중행동 집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 연합뉴스

테트라팩
노조, 민주노총 산하 가입
매년 두자리 임금인상 요구
스웨덴 본사, 한국서 철수

발레오공조코리아
노조, 佛본사 원정 투쟁도
해고자 1명 생활고로 자살
상급단체, 생계엔 무대책

콜트악기·콜텍
한때 전자악기 국내 2위社
실적 악화 불구 파업·태업
폐업… 복직 승소 무의미


‘노사 상생’이라는 기본 원칙을 외면한 채 강성노조의 지휘로 무리한 파업이 많았던 테트라팩, 콜트악기·콜텍, 발레오공조코리아, 깁스코리아는 결국 회사가 없어지는 비극을 맞았다.

이들 회사 노조는 힘을 모아 생산성 향상으로 기업 회생에 주력해야 할 시기에 임금인상과 과도한 복지 혜택을 요구했고, 상급노조의 지휘에 따라 정치파업에 참여하는 등의 행위로 결국 회사가 폐업하는 원인을 제공했다. 폐업 뒤 구성원들에게 돌아온 것은 실직에 따른 생활고였고, 파업을 주도한 상급노조나 외부 세력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

◇외투기업, 강성노조에 투자 취소·철수 = 2일 산업계에 따르면 테트라팩은 스웨덴에 본사를 둔 종이팩 전문 생산업체다. 이들은 한국 시장 진출과 일본 수출을 위해 100% 출자를 통해 국내 사무소와 공장을 설립했다. 이 회사 노조는 1997년 상급단체를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 전국민주화학섬유노조연맹으로 변경하면서 강성화되기 시작했다. 노조는 매년 두 자릿수의 과도한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그뿐만 아니라 노조 대표의 회사 징계위원회 자격 부여 및 직원 학자금 전액 지급 등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로 파업에 돌입하기도 했다. 본사는 국내에 물류창고 추가 건설 계획을 세웠으나,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이를 취소하기도 했다.

결국 테트라팩은 2007년 3월 한국사무소와 여주공장 철수를 결정하고, 2008년 4월 모든 것을 매각한 후 철수를 완료했다. 강성노조의 득세에 이골이 난 본사가 한국을 포기한 것이다.

자동차 에어컨 냉매 압축기를 생산하는 발레오공조코리아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 노조는 회사 실적이 악화하는 와중에도 과도한 임금인상을 요구했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회사의 구조조정을 거부하는 등 회사와 강하게 대립했다. 공장을 점거하거나 프랑스 본사로 원정투쟁을 감행했다.

결국 회사는 2009년 9월부터 폐업절차에 돌입했다. 2014년엔 해고자 1명이 생활고로 자살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파업에 개입했던 노조 상급단체는 해고된 노조원들과 투쟁을 이어갔지만, 직접적 피해는 이 회사 직원들에게 돌아갔다.

상급단체는 투쟁에 실패할 경우 “패배를 교훈 삼아 더 열심히 싸우자”는 평가만을 내릴 뿐, 폐업 뒤 남겨진 해고자 생계 문제 해결을 위해선 파업 독려 때와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게 피해 직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회사는 위기인데 정치파업 참여 = 2008년 문을 닫은 콜트악기는 국내 회사로 악기제조사로는 국내 5위, 전자악기 제조로는 국내 2위에 이르는 기업이었다. 전자기타의 경우 세계 시장의 30% 점유율을 가질 정도로 알려진 회사였다.

콜텍은 콜트악기가 전액 출자해 만든 기타 제조업체로, 콜트악기와 마찬가지로 강성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2007년 먼저 문을 닫았다. 명성 있는 기업이었지만 글로벌 경쟁사들의 도전으로 인한 위기 상황에서 발생하는 파업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중국·동남아 경쟁업체가 저가 물량공세를 펴 회사 경쟁력이 악화일로에 있어도 강성노조는 과도한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수시로 파업과 태업을 반복했다.

불법 폭행은 물론 상급단체의 요구로 회사와는 무관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집회나 총파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회사가 불가피하게 해고한 노조원들이 소송으로 대법원에서 부당해고를 인정받았지만, 이미 회사는 폐업한 상태여서 승소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깁스코리아의 경우 노조가 장치산업 특성상 파업 시 대체근로가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사측과의 협상에서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유했다. 매번 반복되는 파업과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다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회사는 매각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노조는 회사 매각에 반대하며 매각 시 노조의 참여 및 의사결정권까지 부여할 것을 강요했다. 결국 이 회사는 2012년 4월 최종 부도 처리됐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테트라팩·콜트악기·발레오공조코리아 강성노조들이 남긴 것 - 경영난 속 파업 강행→회사 폐업→공멸’ 제목의 기사 등 관련 정정보도문]

문화일보는 2015년 9월 2일자 1면 ‘테트라팩·콜트악기·발레오공조코리아 강성노조들이 남긴 것-경영난 속 파업 강행→회사 폐업→공멸’, 9면 ‘강경 상급단체, 폐업 뒤 책임 안져… 근로자만 실직 희생양’ 및 ‘강성노조로 문 닫은 회사 패턴이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콜트악기가 전국금속노동조합 콜트악기지회의 과도한 임금인상 등 요구 및 강경 상급단체의 지휘에 의한 잦은 파업과 투쟁으로 폐업하게 됐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콜트악기의 폐업은 노조 측의 무리한 요구와 파업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사용자 측의 생산기지 해외이전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밝혀졌으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