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윤병세(왼쪽 두 번째) 외교부 장관이 6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직원으로부터 귀엣말 보고를 듣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日대표 “희생자 기리기 위해
인포메이션 센터 설치” 불구
실제 이행 여부·수준 불투명

세계유산위 ‘유산 해촉’ 권한
실제 집행사례는 딱 2건 불과
그마저도 훼손 등 관리부실 탓

일본이 5일 세계유산위원회(WHC)에서 조선인 강제징용 시설의 정보센터 설립 등 후속조치를 약속했지만 실제 이행을 평가할 구체적인 기준이나 강제 수단이 없다는 사실은 일본이 약속을 어길 경우에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대 문제로 지적된다.

일본이 한·일 양국이 합의한 일본 측 발언문에 대해서도 “강제노동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며 다른 해석을 내놓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후속 조치에 대해서도 성의 있는 태도를 취할지 우려가 증폭되는 상황이다.

일본은 WHC에서 정부 대표인 사토 구니(佐藤地) 주유네스코 대사의 발언을 통해 “정보센터 설립 등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 이행 여부와 수준은 불투명하다.

일본은 오는 2017년 12월 1일까지 후속조치 이행에 대한 경과보고서를 세계유산위원회 사무국 격인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하고, 작성 과정에서 민간 전문가 조직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조언을 구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일본의 지자체를 중심으로 후속조치가 이행된다는 측면에서 실제 이행 수준은 일본의 재량에 맡겨진 측면이 커 센터 설립 규모와 형식 등 세부사항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여 여부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일본의 약속 이행을 점검할 구체적인 기준도 현재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여서 정보센터가 강제노동 사실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모양새를 갖출지 확신할 수 없다.

일본이 약속한 후속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별다른 강제 조치가 취해지기도 어렵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등재 시설에 대해 제대로 관리·유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이를 ‘위험유산’으로 판정하거나 해촉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평가다.

지금까지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이미 유산으로 등재한 시설을 해촉한 사례는 단 두 건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해당 시설의 보존 여부 등 기술적 측면을 반영한 결정이었다. 오만의 아라비아오릭스 보호지역은 오만 정부가 지역을 90%까지 줄인 결과 2007년 세계유산 등재가 취소됐고, 독일 드레스덴 엘베 계곡도 강 양쪽을 잇는 다리를 건설하면서 문화경관이 크게 훼손됐다는 이유로 세계유산 목록에서 삭제됐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6일 “향후 취소 등의 극단적인 결정이 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면서 “일본이 근대산업시설을 일부 파괴 혹은 훼손하는 경우에나 앞선 사례들과 동일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권고를 성의있게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등재 자체가 취소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미다. 정부로서도 일본이 약속을 이행하도록 여러 점검장치를 마련해 뒀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행의 질과 수준은 일본 정부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