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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4월 결성된 지존파는 사회의 불합리함 때문에 자신들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면서 막연히 부유층에 대한 적개심을 품었고, 잔인한 범행을 이어갔다.

이들은 1993년 7월 초 대전 유성 한 버스정류장에서 최모 씨를 납치해 강간·살해한 이후 카페 여직원, 악사, 중소기업 사장 부부 등을 잇달아 납치했다. 카페 여직원 이모 씨를 제외한 3명 모두 살해됐다. 조직에 가담했다 배신한 송모 씨도 이들에게 무참히 살해됐다.

특히 김연양(가명)은 중소기업 사장 부인을 살해한 뒤 인육을 먹었다는 진술도 나와 세상을 경악하게 했다.

1995년 11월 2일 6명의 조직원 모두 사형이 집행됐다.

두목 김규환(가명)은 이때 “내가 초등학교 시절 미술 시간에 미술 도구를 준비해 가지 않으면 선생님으로부터 꾸중을 들었다. 그러나 미술 도구를 훔쳐 가지고 가면 꾸중을 듣지 않았다. 결국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 것은 선생님이었고, 나는 선생님이 가르치는 대로 인생을 살았을 뿐이다”고 말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김규환뿐 아니라 “야타족을 다 못 죽이고 잡혀서 한이다”(강서은·가명), “프로 살인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김연양)는 등, 지존파 조직원들의 엽기 행각 못지않은 상식에서 벗어난 발언이 세상에 알려져 사람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원래 ‘지존파’라는 이름 대신 김규환은 ‘마스칸’이란 이름으로 조직을 결성했는데, 김규환은 당시 ‘야망’이란 뜻의 희랍어라고 했다. 이들이 지리산에서 일주일 동안 생존훈련을 할 때 ‘지존’이라고 쓰인 머리띠를 했다고 해, 이들을 검거한 고병천 당시 서울 서초경찰서 강력반장이 ‘지존파’로 명명했다.

장석범 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