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죄 처벌 조항인 형법 241조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즉각 효력을 상실했지만, 법조문은 입법 과정을 거치기 전까지 사문화된 상태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린 법안 수십 건이 장기간 방치된 전례를 감안할 때 국회나 정부의 신속한 법안 발의 및 심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린 424건의 법령 중 16건이 아직 개정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134건 조항 중에서는 12건이 미개정 상태였다. 인터넷에 허위사실을 게재했을 때 처벌을 규정한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1항(일명 미네르바법)은 2010년 명확성 원칙 위반으로 위헌결정을 받은 지 4년이 지났지만 대체 입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2009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 등도 마찬가지다.

헌재법은 위헌 결정이 내려진 날부터 해당 법률 조항은 효력이 사라지고, 국회 등은 이 결정의 귀속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법률을 언제까지 개정하라고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은 별도로 없다. 해당 법률은 헌재의 위헌 결정을 알지 못하는 일반 시민이 법조문만 봤을 때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간통죄와 같이 사회적 논란이 되는 법률안의 경우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했다가 자칫 간통죄 폐지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법안 발의를 꺼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염동연 전 의원 등이 간통죄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형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17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19대 국회에서 개정되려면 법률안 의원발의나 정부 제출 등이 필요하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1992년 간통죄 조항을 삭제한 형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지만 시기상조라는 비판에 부딪힌 바 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