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일률적 처벌 안돼”
강일원 “명확성 원칙 위배”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은 간통죄를 두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 7명도 근거는 조금씩 달랐다.

박한철 소장과 이진성·김창종·서기석·조용호 재판관 등 5명은 간통 행위를 형벌로 제한하는 것은 기본권의 과도한 침해라고 봤다. 박 소장 등은 “간통죄는 헌법상 보장되는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해 헌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이진성 재판관은 간통죄에 대한 형벌의 형태를 바꾸더라도 위헌성을 피할 수 없다는 의견을 추가했다. 이 재판관은 “간통 행위 처벌에 징역형만 있어 과도하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벌금형을 두면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되고, 선거범에게나 적용되는 자격정지 등 이른바 명예형을 부과하기도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김이수 재판관은 간통 행위자의 죄질과 특수성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형사처벌하고 있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간통의 유형을 단순한 성적 쾌락을 위한 간통(1유형), 배우자보다 더 매력적인 상대를 만나 기존 혼인관계에 회의를 느끼고 상간(相姦)자와 사랑에 빠진 경우(2유형), 장기간 별거 등 혼인이 사실상 파탄 난 상태에서 새로운 상대를 만나 성적 결합에 이른 경우(3유형) 등 세 가지로 나눠 앞의 두 가지 유형은 형사처벌이 필요하지만 세 번째 유형을 형사처벌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강일원 재판관은 간통죄 조항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을 위배한다는 논리로 위헌 의견을 냈다.

형법 241조 2항은 ‘배우자가 간통을 종용(慫慂·사전에 동의함) 또는 유서(宥恕·사후에 용서함)할 때는 고소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는데 어느 경우에 종용 또는 유서했다고 볼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이정미·안창호 재판관은 간통죄를 없앴을 때 발생할 사회 문제와 부작용에 주목해 합헌 의견을 제시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