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이촌동은 1.22㎢(약 37만 평)의 좁은 면적이라 변변한 초등학교도 하나 없다. 버스도 17번, 2016번, 3012번 등 3대만 오가기 때문에 대중교통이 불편한 셈이다. 상업지역이 아니라서 밤에는 쓸쓸할 정도인데 음식점이나 백화점은 용산역 인근에 많이 분포하여 주민들은 그쪽을 많이 이용한다. 차량이 있다면 서부이촌동은 사통팔달 지역이라서 지내기가 편한 곳이다.

기사식당 중에서 잘 알려진 곳은 ‘고바우’.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육개장과 돈가스다. 식사를 주문하면 스테인리스 재질로 된 2개의 통을 건네주는데 하나는 물김치, 또 하나는 4개의 반찬이 담겨 있다. 필요한 만큼 덜어 먹을 수 있어서 나름대로 뷔페식 식당인 셈이다. 육개장에는 잘게 자른 파를 얹는 게 특징이다. 연륜과 전통이 묻어나는 식당이고 이촌로 도로변에 있어서 찾는 이가 많다.

서부이촌동에는 최근 갑자기 고급 커피 붐이 일었다. 먼저 커피 볶는 집 ‘라끄리마’는 커피마니아들의 오아시스로 통한다. 다른 곳에서 경영을 하다가 지난해 말에 서부이촌동으로 이전해 개점했는데 시범아파트 정류장 앞에 자리하여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과 발길을 끈다. 더치커피가 일품이고, 직접 구운 쿠키는 특히 인기가 높다. ‘커피공장 103’은 최근에 알려진 카페 겸 커피공장이다. 헤이리에 1호점이 있고, 2호가 이촌점이다. 서부이촌동 주민센터 뒤 새마을금고 옆의 2층에 있는데 핸드드립커피가 주력이라 마니아층이 즐겨 찾고, 와플과 피자 그리고 차도 팔고 있다. 핸드드립커피의 경우 지역별로 여러 가지 원두를 맛볼 수 있는 곳이라고 알려져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방태산 화로구이’는 서부이촌동 일대 식당 중에서는 가족단위로 찾기에 가장 넓고 편리한 곳 가운데 하나다. 오리바비큐의 경우 초벌구이로 나오기 때문에 오랜 시간 구울 필요가 없고, 식감이 좋아 최고의 인기 메뉴다. 또한 한방능이백숙과 한방오리찜도 인기가 높다. 특히 이곳은 다른 식당과의 가격 대비로 볼 때 저렴하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초등학교 동창들이 여전히 서부이촌동에 여럿 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울러 동창회에서 만났던 한 친구는 서부이촌동에 가는 걸 꺼리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동네를 떠나지 못하는 친구들은 서부이촌동의 개발 붐에 기대와 실망을 동시에 품고 있는 것으로 보였고, 자신이 살았던 서부이촌동의 방문을 꺼리는 친구는 어머니가 이곳에서 살다가 돌아가셨고, 어머니께 못해 드린 생각 때문에 괴롭다고 했다.

단테는 ‘신곡’에서 “행복했던 날을 그리워하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은 없다”고 말했다. 고생했던 추억도 지나고 보면 상쾌한 법이다. 괴로워하는 친구에게 이곳의 방문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