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한·중·일식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한 신상엽 티켓몬스터 리빙상품본부장이 지난 17일 회사 식품 스튜디오에서 버섯과 방울토마토를 이용한 오일 파스타를 만들고 있다. 심만수 기자 panfocus@munhwa.com

하루 종일 일이 많았는지 얼굴에 피곤함이 역력하더니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하기 위해 재료를 다듬으면서 화색이 돌기 시작한다. 요리를 통해 삶의 활력을 찾았다는 신상엽(46) 티켓몬스터 리빙상품본부장 얘기다.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티켓몬스터 식품 스튜디오에서 오일 파스타를 만들며 인터뷰를 진행한 신 본부장은 요리 얘기가 나오자 신이 난 듯 자신의 경험을 줄줄이 풀어냈다. 그는 “CJ오쇼핑에서 주방 명품 판매를 담당하던 지난 2011년 사용자의 마음을 알기 위해 처음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며 “1주일에 5일을 학원에 다녔고, 주말에는 하루에 5∼6시간씩 음식을 만드는 등 요리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고 밝혔다.

신 본부장은 ‘집중’과 ‘성취감’을 요리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보통 한 가지 음식을 만드는 데 2시간 정도 걸리는데 그 시간 동안 단 1초도 잡념이 안 생길 정도로 집중이 된다”며 “또 만들 요리의 이미지를 떠올리고, 재료를 분석한 후 만드는 순서를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 요리가 완성되면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요리를 배우며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고도 했다. 그는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을 먹고, 식당에서 돈을 지불하고 음식을 먹으며 고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직접 요리를 해보니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준 사람들에게 감사하게 되더라”며 “그런 경험을 통해 인생이 풍요로워졌고, 늘 즐겁게 살게 됐다”고 말했다.

신 본부장은 또 요리를 통해 가족 관계도 좋아졌다고 자랑했다. 그는 “요리에 재미를 붙일 당시 아들이 중1이었는데 관계가 좋지 않던 아이가 내가 해주는 음식을 먹으며 나를 살갑게 대하기 시작했다”며 “늘 잔소리만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던 내가 요리를 통해 ‘멋진 아빠’로 변신하게 됐다. 지금은 고1이 돼 미국에서 유학 중인 아들이 ‘아빠가 만들어준 음식이 그립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아내도 주말에 내가 어떤 음식을 만들어줄지 기대하게 됐고, 회사 후배들도 가끔 집으로 불러 음식을 만들어주면 무척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주특기’도 아내가 좋아하는 ‘남편의 요리’ 알리오올리오 파스타와 아들이 즐겨 먹는 ‘아빠의 요리’ 깐풍기, 주말에 가족을 위해 만드는 ‘가장의 요리’ 스페니시 오믈렛 등이다. 알리오올리오에는 아내가 좋아하는 마늘을 얇게 저며 바삭하게 튀겨 올리고, 마지막에 넣는 올리브유에는 풍미를 위해 타임, 통후추, 조리용 건고추 등을 넣는다.

또 깐풍기는 아들의 입맛에 맞게 간장과 식초를 2대1 비율로 넣어 단맛과 신맛을 조절하며 건강을 생각해 야채와 견과류를 더해준다. 주말에 온 가족이 함께 먹는 스페니시 오믈렛은 양파, 양송이, 피망, 베이컨, 토마토 등을 케첩으로 볶아 속에 넣은 브런치용 계란 요리로, 만들기 간단하지만 내공이 필요하다. 속재료가 익을 때까지 겉이 타지 않게 하기 위해 버터와 식용유를 섞어 쓴다.

일간지에 요리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던 신 본부장은 칼럼을 통해 중년 남성들에게 요리를 시작하라고 권유해왔다. 그는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중산층은 30평 이상의 아파트와 2000cc급 이상의 자동차를 소유하고, 잔액이 1억 원 이상 있어야 한다. 하지만 프랑스의 중산층 기준은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어야 하고, 악기를 다룰 줄 알아야 하며, 요리를 만들어 지인들에게 대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한국의 중산층은 노력만으로는 안 되지만 프랑스식 중산층은 노력만 하면 될 수 있다. 인생을 풍요롭게 살려면 요리를 통해 자신을 찾고, 주변 사람들과 친근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중·일식 조리사 자격증을 모두 땄고, 국제요리경연대회에서 금상 등을 수상한 신 본부장은 10년 후쯤 자그마한 ‘오픈 키친’(요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레스토랑)을 열 계획이다.

그는 “양식 자격증은 다섯 번만에 땄고, 중식과 일식 자격증은 세 번 도전해 성공했는데 중식 자격증을 딸 때 시험문제로 깐풍기가 나왔다. 아들을 위해 수백 번 만들어본 음식이라 눈 감고도 할 수 있었다”며 “60세 이후에는 지인들과 편하게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새로운 삶을 살려고 한다”며 “손님이 원하면 뭐든 만들어주는 그런 레스토랑을 열기 위해 요즘 호텔 셰프들의 조리법 연구 모임에 참가하고 있다. 또 시간을 내 땅도 보러 다닌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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