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선처 탄원’, 국민 정서·법감정 무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조직원 7명에 대한 4대 종단 지도자의 ‘선처 호소’ 탄원은 사회 통합을 내세우고 있으나 오히려 종교계 내부와 시민사회에서 이념 갈등을 확산시키고 있다. 내란음모 혐의라는 가볍지 않은 죄목과 아직 진행 중인 재판 상황, 여기에 종교 지도자들의 입장 표명까지 겹쳐지면서 다시금 보수와 진보 양측이 목소리를 높이는 형국이다. 이석기 측을 옹호하는 입장에서는 “종교 지도자들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섰다”며 입맛에 맞는 해석을 내세우는 반면, 반대 측은 4대 종단 지도자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8일 보수단체인 대한민국재향군인회는 즉각 성명서를 내 “이석기 등에 대해 4대 종단 지도자들이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은 지극히 비상식적이고 비종교적이며 국민들의 정서와 법 감정을 정면으로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사안에 대하여 종교의 이름으로 압력을 행사하려는 행위는 지극히 초법적이고, 탈법적인 행위”라고 했다.

네티즌들의 갑론을박도 이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이제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종교밖에 없는 세상인가. 이것은 이 시대가 독재정권이라는 방증”이라며 종단 지도자들의 움직임을 지지했다. 하지만 또 다른 네티즌들은 “4대 종단 지도자들의 논리대로라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 씨에 대한 선처 호소도 가능하다”, “당신들의 신을 욕 보이지 말라”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종교계에서는 내부 회의를 여는 등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한국교회연합 관계자는 “또 다른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공식 성명서는 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처벌 받은 분들이 그동안 많았는데 굳이 이석기 의원에 대해서 선처를 호소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며 “4대 종단 지도자들의 행동이 적절치 않았다”고 강조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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