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숨진 채 발견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인을 확인할 수 없다고 공식화한 가운데 누군가 유 전 회장을 죽였더라도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아내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엄마’라 불리는 핵심 측근 김명숙(여·59) 씨와 운전기사 양회정(55) 씨의 부인 유희자(52) 씨가 28일 오전 자수를 함으로써 향후 유 전 회장의 사인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지만 수사과정에서 살해 용의자가 나오더라도 국과수의 ‘때이른 사인 확인 불가’ 결론으로 인해 용의자가 살해 혐의를 부인할 수 있는 빌미를 만들어 줬다는 것이다.

28일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헌상 2차장)은 자수한 김 씨와 양 씨의 부인을 통해 유 전 회장의 사인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국과수가 지난 6월 12일 발견한 유 전 회장의 시신에서 타살 흔적을 확인하지 못했으며 시신이 너무 부패해 사인 규명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려, 핵심 측근들이 유 전 회장의 사망과 관련해 모르쇠로 일관할 경우 정확한 사인은 파악하기 어렵게 됐다. 당초 유 전 회장의 시신 발견 직후 유 전 회장으로 인해 구원파가 어려워지는 것에 불만을 품은 개별 신도가 유 전 회장을 살해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실제로 유 전 회장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서는 그와 동행했던 측근들의 목격과 진술이 현재로선 유일한 단서”라며 “이들이 유 전 회장의 사망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경우 사인 규명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