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 비리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라 방산업체는 일대 지각변동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이 방산 분야의 대대적 혁신을 위해 문제가 심각한 지정업체에 대한 재지정 작업을 추진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방산업계는 담합이나 부정 납품 등의 행위로 방위사업청에 적발됐어도 법적 제재가 약했고 사업주 이름을 바꿔 재입찰 하는 등의 수법으로 철퇴를 피해 왔었다.

28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관계당국에 정식으로 등록된 방산기업의 수는 지난 1월 기준으로 총 97개에 달한다. 협력업체와 도매사업자 등을 더할 경우 포괄적 의미의 방산기업 수는 더 늘어난다. 당국에 등록된 방산기업은 군 무기와 물자의 체계개발을 전담하는 업체로, 이들은 방사청의 시설·보안 검토를 거쳐 산업자원부의 허가를 얻은 뒤 정식 업체로 활동한다.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국내에서 방위 산업 매출 5000억 원 이상인 사업체 및 사업부는 지난 2013년 314개였으며, 2012년 국내 방위산업 생산액은 10조8936억 원으로 세계 10위권 수준이었다.

그동안 방산업체 재지정은 방사청 등 군 당국에서도 쉽게 꺼내지 못하는 카드였지만 이번에는 감사원의 의지가 강한 만큼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된다. 군에 함량 미달의 무기를 납품해도 입찰제한 등의 솜방망이 조치가 ‘중징계’에 속했을 정도였다. 방산업체들은 이런 약한 제재조차 방사청 출신의 전관 변호사를 통해 피해왔다.

방사청 관계자는 “방산기업 재지정은 업체 공장이 멈춰섰을 때나 적용되던 조치로 제재라기보다는 생산능력이 없는 업체를 걸러내는 수단이었다”고 말했다.

국내 방위산업의 이 같은 관행은 여러 폐단을 낳아왔다. 수출이 1조 원을 넘으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폐쇄적인 업계 분위기와 브로커 혹은 로비스트 활동에 좌우되는 사업 수주 등의 문제는 시급히 개선돼야 할 점으로 지적돼왔다. 특히 정부와 업계의 비리 고리이자 로비스트로 활동해온 ‘군피아’ 문제는 어두운 단면이다.

업계 관계자는 “방위력 개선 사업으로 첨단 무기의 도입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관련 업계의 경쟁 또한 치열해졌다”며 “군 출신 임원이 없으면 사업 수주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라고 말했다.

정철순·박준희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