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최근 무기획득 등 방위력개선 10개사업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펼친 것은 군·산(軍·産) 비리를 통한 방산 비리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관계자는 “경천동지할, 어마어마한 내용들이 많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특히 방위산업 분야에 종사해온 퇴역 간부들과 관료들이 주축이 된 방피아(방산 마피아)들이 상당수 연루된 것으로 확인했다는 후문이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감사원을 포함한 정부는 감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방산업체 재지정 문제까지 검토할 예정이어서 연간 10조 원대에 이르는 무기 획득 사업 개혁 요구 등 국방 분야 전반에 커다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국방 전문가들은 “방피아와 독점 구조의 방산업체 간의 군·산 유착 구조에 의한 방산비리가 전방위로 확산돼 방산 분야 전반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주요 감사 대상 = 감사원은 그동안 국방감사단 산하 국방 분야 3개 과를 비롯해 방산비리 태스크포스(TF) 등 4개 팀을 가동해왔으며, 최근 해군의 어뢰기만체계 개발사업 등 10개 방산 사업분야에 대한 전방위 감사를 펼쳐왔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대어급 비리를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방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감사 결과 도입하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무기획득 사업 등을 포함해 공개할 경우 경천동지할 어머어마한 대형 비리들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비리 적발 시 군 검찰 수사 등에 따라 엄벌에 처하되 국가 안보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군사기밀 사항에 대한 공개는 신중을 기한다는 입장이다.

감사원은 이밖에 ▲무리한 국산 명품 무기 개발 경쟁으로 잦은 고장을 일으켜 전력화가 지연되고 있는 K-11 복합소총 과 K-2 전차 파워팩 개발 사업 전력화 지연 및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지체상금 처리문제 ▲예비역 단체들의 지상군무기전시회 및 경북 문경 세계군인체육대회 등에 대한 이권사업 개입 ▲방피아와 방산업체 간 금품로비 ▲방산업체의 품질 서류 조작 등 납품 비리 ▲국산 첨단무기 불량부품 납품 비리 등에 대해서도 감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비리 전방위 확산 = 감사원이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ADD),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 등 무기체계 획득 관련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재취업률을 조사한 결과 방산업체 재취업률은 적게는 40%에서 많게는 6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기체계 종사자들의 방산업체 재취업률은 해마다 증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대상자 중 고위직인 취업승인 대상자 7명 중 6명은 승인도 없이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려 86%의 고위공직자 출신들이 정부의 재취업 규정을 어긴 셈이다. 특히 이들 중 2명은 자신이 현역 근무 중 종사했던 사업 분야와 직접 연루된 방산업체에 재취업한 것이 확인됐지만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군·산 유착비리가 점차 구조화되고 있는 징후로 해석된다. 방피아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는 최근의 우려가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국방 전문가들은 국방부의 대형 방산 비리를 막기 위해 노무현정부 때 설립한 방위사업청의 권한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방사청이 무기 획득 단계에서부터 평가까지 전 과정을 독점하면서 방사청을 견제할 장치가 제거됨으로써 방산 비리가 전방위로 확대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