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호소 24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설치된 가족지원상황실 앞에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적극적인 구조를 호소하는 글을 쓰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munhwa.com

“자식 시신이 올라오는데도 하늘에 감사해야 하는 부모 심정을 압니까.”

25일 오전 9시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선착장 인근 가족대기소에서 열흘째 아들의 시신을 기다리던 40대 중반 여성은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소리쳤다. 오랫동안 아들의 생환을 기다렸을 어머니는 이미 아들이 살아 돌아올 것이란 기대는 저버린 듯 보였다.

마지막 소조기였던 24일 아들의 시신이라도 품에 안아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시신으로라도 한평생 키운 내 아들 한 번만 안아보고 싶다는 것이 그렇게 큰 욕심이진 않잖아요.” 허공을 향한 실종자 가족들의 외침은 무심하게 흩어져만 갔다.

물살이 약해져 구조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됐던 소조기가 끝난 이날 학부모들은 자식 시신이 발견돼 DNA 검사를 받으러 갔다 돌아온 부모들을 마냥 부러워했다.

시신 인양 및 구조상황을 공지했던 팽목항 대책본부의 천막은 밤새 학부모들의 임시상황소로 바뀌어 있었다.

지체되는 구조작업에 앉아만 있을 수 없던 30여 명의 가족들이 가족대기소를 떠나 한기가 서려 있는 천막 안 바닥에 얇은 담요만을 깐 채 밤을 꼬박 지새웠다. 한 아버지는 “이제 (시신의) 인상착의 공지도 믿을 수 없다”면서 “시신이 나올 때마다 모든 부모가 다 확인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신 유실이나 훼손에 대한 가족들의 초조함과 불안함은 이미 초절정에 다달았다. 구조율이 낮은 안산 단원고 2학년 8반 학생 학부모는 “부모가 힘이 없으니 산 자식은커녕, 죽은 자식도 지켜주지 못한다”며 장탄식을 쏟아냈다.

극에 달한 불안함은 곳곳에서 폭발했다. 24일 오후 5시부터 25일 오전 1시 30분까지 약 8시간 동안 팽목항은 분노의 항구였다.

시신을 찾지 못한 학부모들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최수현 해양경찰청 차장 등 3명을 바닥에 앉혀놓고 더딘 수색을 질타했다.

25일 0시 무렵 최 차장 무전기를 통해 “희생자 9명, 9명 인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부모들은 탄식과 함께 주먹으로 가슴을 쳤다. 아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한 아버지는 “구조가 가장 수월하다는 소조기에도 20명 정도밖에 찾지 못했는데, 100명이 넘는 애들이 저렇게 바닷속으로 가라앉게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냐”고 소리쳤다.

진도 =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