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3차 대전’이다.

17일 열렸던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남자1000m 결승에서 0.18초 차이로 아쉽게 금메달을 양보한 모태범(21·한국체대)이 ‘흑색 탄환’ 샤니 데이비스(28·미국)와 재대결을 벌인다. 장소는 역시 밴쿠버 시내 리치먼드 올림픽오벌경기장. 시간은 21일 오전 9시15분(한국시간)이다.

둘의 첫대결은 지난 16일 열렸던 스피드 500m. 승부는 싱겁게 끝났다. 당시 데이비스는 1차 레이스만 뛰고 중도 포기했다. 주종목인 1000m 경기의 집중을 위해서라는 것이 이유였다. 이날 모태범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최초의 금메달 획득의 역사를 썼다. 모태범은 이틀 뒤인 18일 주종목인 1000m에서 2관왕을 노렸지만 데이비스의 선전에 아쉽게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모태범의 각오는 대단하다. 모태범은 “1500ｍ 메달은 욕심이지만 안 될 것 같지도 않다. 팀추월 경기를 훈련한다고 생각하면서 욕심 없이 타겠다. 팀추월은 두 번만 이기면 은메달을 확보한다. 만약에 이번 대회에서 금, 은, 동메달을 모두 딴다면 그때는 진짜 울겠다. 무릎을 꿇고 울 준비가 돼 있다”고 전열을 가다듬었다.

객관적 전력으로 보면 데이비스가 앞서 있다. 데이비스는 올 시즌 5차례 월드컵 시리즈에서 1위 4번, 2위 1번으로 전체 랭킹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모태범은 랭킹 12위다. 기록에서도 1분41초04의 세계 기록을 가지고 있는 데이비스가 1분42초85의 모태범보다 빠르다. 그러나 모태범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이번 올림픽 들어 모태범은 본인도 예상치 못한 500m 금메달 획득과 1000m 은메달로 심리적으로도 최고조다. 이날 모태범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아웃코스에 배정받을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다. 1500m는 네 바퀴를 돌기 때문에 아웃코스에서 출발해야 마지막 코너에서 인코스를 탈 수 있다.

밴쿠버 = 이경택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