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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이 연이어 승전보를 전하며 하계올림픽보다 비교적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던 동계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동계올림픽에는 국민스타로 여자 피겨싱글 세계 최정상에 올라 있는 ‘피겨퀸’ 김연아(20·고려대)가 금메달을 노리고 출전, 역대 어느 대회보다도 바라보는 눈길이 뜨겁다.
동계올림픽의 연원부터 역대 최고의 스타와 화제, 이번 밴쿠버동계올림픽에 대해 궁금한 점, 그리고 강원도의 평창은 왜 ‘3수’까지 해가며 유치에 열을 올리는지 ‘10문10답’ 형식으로 풀어 보았다.

1.동계올림픽의 역사는

동계올림픽의 역사는 짧다. 애초에 피겨스케이팅, 아이스하키는 각각 1908년과 1920년에 하계올림픽 종목으로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동계스포츠로만 구성된 새로운 대회를 만들기 원했고, 급기야 1921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올림픽 의회에서 동계올림픽을 열기로 합의했다. 1회 동계올림픽은 1924년 프랑스의 샤모니에서 열렸다.

원래 동계올림픽은 4년 주기로 하계올림픽과 같은 연도에 열렸다. 그러나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 열린 1994년 올림픽부터 동계올림픽은 하계올림픽이 끝나고 2년 후에 개최되기 시작했다.

이번 밴쿠버동계올림픽에는 전 세계 82개국에서 2633명의 선수단이 참가해 빙상, 스키,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등 모두 15개 종목에서 총 86개의 금메달을 놓고 기량을 겨룬다. 이번 대회에 역대 최다인 83명의 선수단을 파견한 한국은 빙상과 스키, 바이애슬론, 봅슬레이, 루지 등 5개 종목에 출전, 경기를 벌이고 있다.

2. 역대 최강국과 우리나라 성적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딴 동계스포츠 강국은 의외로 미국이나 독일, 러시아가 아닌 노르웨이다. 노르웨이는 역대 가장 많은 98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총 283개(은 100·동 85)의 메달을 가져갔다. 2위가 미국으로 총 219개, 3위는 195개의 메달을 딴 옛 소련이다.

동계올림픽에 한국이 처음으로 명함을 내민 것은 1948년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5회 대회였다. 당시 스피드스케이팅에 최용진, 이종국, 이효창이 출전했는데, 모두 20위권 밖의 성적에 그쳤다.

이후로도 세계와의 기량차를 실감하며 1980년대까지 번번이 노메달에 그쳤던 한국은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대회부터 메달을 따내기 시작했다. 스피드스케이팅 1000m에서 김윤만이 한국의 첫 메달이자 은메달을 따냈고,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쇼트트랙에서는 남자1000m와 계주에서 2관왕의 김기훈과 이준호가 동메달 1개를 따내 금 2·은 1·동 1개로 종합 10위에 오르는 쾌거를 거뒀다. 이번 밴쿠버대회에 앞서 한국은 그동안 총 4번 톱10 안에 들었다. 금메달은 모두 17개(은 5·동 6)를 따냈다.

3. ‘스피드 코리아’ 비결 뭔가

그동안 한국의 금메달 텃밭은 쇼트트랙이었다. 그동안 따낸 17개의 금메달이 모두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양상이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모태범과 이상화(이상 21·한국체대)가 나란히 스피드스케이팅 500m 금메달을 따내며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기적의 비결은 기술적 노력과 혹독한 훈련으로 요약된다. 특히 쇼트트랙의 노하우가 스피드스케이팅에 접목되며 기술적인 면에서 급진전했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서 스피드스케이팅이 거둔 성적을 놓고 ‘퓨전의 힘’ ‘이종교배’라는 용어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체력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피나는 지상훈련이 더해졌다. 또 겁없는 20대 초반 신세대들의 약진도 눈부셨다.

4. 쇼트트랙 vs 스피드스케이팅

기본적으로 쇼트트랙은 순위 위주의 경기이고 스피드스케이팅은 기록경기다. 따라서 쇼트트랙은 머리싸움, 스피드스케이팅은 체력싸움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쇼트트랙은 한 바퀴가 111.12m인 트랙에서 펼쳐진다. 500m, 1000m(4명), 1500m(6명), 3000m(6~8명)에서 조 편성돼 예선, 준준결승, 준결승, 결승으로 경기가 진행되는데 단계별로 1, 2위 선수만 진출하기 때문에 기록보다 순위가 중시된다.

반면 스피드스케이팅은 철저한 기록경기다. 서로 방해하지 않으면서 최상의 기록을 낼 수 있도록 2명이 400m 길이의 타원형 링크에서 500·1500·5000m 등을 달리며 속도를 겨룬다. 최단거리인 500m의 경우 선수들 간의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1, 2차 레이스를 치른 후 합산해 순위를 가린다.

5. 남은 경기 관전 포인트

앞으로 남은 경기가 원래 한국의 ‘메달텃밭’이다. 따라서 얼마나 금메달을 더 따낼지가 최대 관심사다.

21일 한국의 강세종목인 쇼트트랙 남자1500m와 남자1000m 경기가 열린다. 24일에는 여자 피겨싱글 쇼트프로그램을 통해 김연아가 올림픽 무대에 첫선을 보인다. 25일에는 쇼트트랙 여자3000m계주에서 대회 5연패에 도전한다. 이 종목은 릴레함메르대회 이후 한번도 금메달을 놓친 적이 없다. 그리고 급기야 26일 국민들의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김연아가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대회서 메달 색깔을 결정짓는다. 객관적인 전력만 볼 때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김연아의 금메달 획득이 거의 확정적이다.

그러나 메달 행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27일 쇼트트랙 남자500m 결승과 5000m계주 결승이 열린다. 적어도 한 개의 금메달을 따낼 것으로 보인다.

6. 우리나라 몇 위까지 가능할까

한국은 애초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5개를 획득해 종합 10위권 진입이 최대 목표였다. 그러나 선수단이 선전하며 목표치가 상향 조정됐다. 한국은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초반부터 종합순위권 보드의 상단부를 점하며 선전하고 있다. 특히 스피드스케이팅에서의 선전은 확실히 기대 이상이다.

따라서 이번 주말부터 한국이 금메달을 계속 추가한다면 쇼트트랙 여자3000m계주를 포함해 최대 8개의 금메달을 따낼 수 있다.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8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내면 종합순위 5위 안에 들게 된다.

7. 우승 후보는

종합우승국의 향방도 이번 대회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디펜딩 챔피언 독일, 전통의 강호 노르웨이와 러시아, 그리고 홈 이점을 지니고 있는 캐나다가 우승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20번의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한 나라는 노르웨이와 옛 소련이다. 두 나라는 총 7번 우승을 했다.

그러나 독일은 16·18·20회 대회에서 징검다리 우승을 하면서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미국, 러시아, 스웨덴(5회 대회 노르웨이와 공동우승)이 한 차례씩 우승을 기록했다.

8. ‘전설의 최다관왕’은 누구

‘스피드스케이팅의 전설’ 에릭 하이든(미국)은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5관왕에 올랐다. 하이든은 당시 남자500·1000·1500·5000·1만ｍ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동계올림픽 한 대회에서 5관왕을 차지한 선수는 하이든이 유일하다.

또 노르웨이의 크로스컨트리 황제 비에른 달리는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8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8년 나가노올림픽에서 금 3·은 1개를 획득했던 달리는 알베르빌대회에서 금 3·은 1개를 땄고 릴레함메르대회에서도 금 2·은 2개를 목에 걸었다.

9. 평창의 ‘유치 3수’ 왜

동계올림픽 유치는 나라의 ‘국격’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유치위 관계자는 “동계올림픽 종목에 강세를 보이는 나라들은 대부분 선진국이다. 동계올림픽 유치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적 파급효과 또한 크다. 산업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치시 총생산액 유발효과는 무려 20조4973억원으로 추산됐다. 여기서 발생하는 부가가치는 8조7546억원이나 된다. 강원도 지역을 비롯한 직간접적인 고용유발효과도 23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10. 평창 유치, ‘금빛 질주’ 덕 볼까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펼쳐진 한국의 금빛 레이스는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 ‘3수’에도 큰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쇼트트랙으로 대표되던 한국 동계스포츠는 최근 피겨스케이팅 김연아의 세계 제패로 국가 브랜드를 크게 올린 데 이어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는 스피드스케이팅의 최단거리인 남녀500ｍ를 석권하는 ‘기적의 레이스’를 펼쳤다. 또 피겨에서도 김연아의 금메달 획득이 확실시되고 있다. 쇼트트랙 일변도에서 메달 획득 종목이 다양화되며 한국도 이제 동계스포츠 강국의 반열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밴쿠버에서 연일 승전고를 울리는 태극전사들은 앞으로 평창의 홍보대사로도 큰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된다.

밴쿠버 = 이경택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