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긍께, 목포는 까봐야 알제, 까봐야…. ” 지난 6일 전남 목포시 북항에서 만난 황두남(48)씨가 전한 이 지역 판세다. 황씨의 말처럼 그동안 무소속 박지원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지난 주말 통합민주당 정영식 후보와 무소속 이상열 후보가 정 후보로 단일화한 후 목포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국면으로 전환됐다.

주말 사이 상대 후보에 대한 마타도어 등 흑색선전도 더욱 심해졌다. 6일 오후 2시40분쯤 북항 입구에서 유세전을 벌인 박 후보는 “토끼 두 마리 합쳐서 호랑이 한 마리 당한다는 소리 들어보지 못했다”며 “사람들을 만나니 새벽 5시에 ‘기호5번 박지원이오’라면서 화를 내고 끊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저는 그런 일이 전혀 없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후 3시 동명동 어시장에서 대규모 유세전을 벌인 정 후보도 “내가 행자부 차관 그만두기 3개월 전에 비서실장이 된 박 후보가 ‘내가 (자기에게) 사정사정을 해서 차관했다’는 말을 하고 다닌다”면서 “박지원 이 사람 가만 놔두면 안되겠다”고 소리쳤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 후보냐, ‘반(反) DJ 연합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정 후보냐를 놓고 유권자들의 고민도 날로 깊어지고 있는 듯 했다. 자영업을 하는 김필순(여·53)씨는 “두 후보중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 결정을 하지 못했다”면서 “단일화의 영향이 어느 정도 있는지 좀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 후보측에서 ‘반 DJ 연합전선’을 얼마나 확대할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보였다. 이를 잘 아는 정 후보측은 단일화가 결정된 5일 오후부터 목포시내에 걸린 기존 현수막을 모두 걷어내고 정 후보와 이상열 후보가 함께 손을 잡고 있는 새 현수막으로 교체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목포 신도심인 하당에서 만난 강금복(44·미술가)씨는 “두 후보의 단일화 효과가 어느 정도는 있겠지만 박 후보를 따돌릴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며 “이미 대세는 ‘박지원’으로 굳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부재자투표를 했다’는 이정훈(35)씨도 “박지원씨를 찍었다”면서 “기존 부동층이 왜 정 후보에게 가지 않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정현(49·자영업)씨는 “이제 동교동은 그만해야제. 이상열 후보 지지층이 정 후보쪽에 몰리면 박지원이 이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3일 문화일보 여론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이 후보는 15.1%밖에 지지를 얻지 못했지만, 지지층의 충성도는 70.0%로 상당히 견고한 편이었다. 목포 민심의 향배는 두 후보측의 막판 총력전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목포 = 이현미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