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4·9 국회의원 총선거 공천결과에 반발, 공식 선거운동 기간 내내 지역구인 대구 달성에 머물렀던 박근혜 전 대표가 6일 오전 대전을 깜짝 방문했다. 중구에서 자유선진당 권선택 후보와 예측불허의 접전을 벌이고 있는 강창희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강 후보 사무실엔 동구 윤석만, 대덕 이창섭 후보 등 대전에 출마한 모든 한나라당 후보들과 공주·연기에 출마한 오병주 후보까지 모여들었다. 사무실 밖에선 친박연대 이영규(서갑) 후보와 그 지지자들이 박 전 대표를 만나겠다며 몰려와 있었다.

휴일 오전 유세일정까지 미루고 달려온 후보들의 표정은 ‘2006년이여 다시 한번(Again 2006)’을 외치는 듯했다. 2006년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가 열린우리당 염홍철 후보에 밀려 고전하고 있었지만, 유세 도중 피습당해 입원 치료를 받던 박 전 대표의 “대전은요?”라는 한마디 말이 선거판을 강타했다. 당시 박 전 대표는 다친 몸을 이끌고 대전 지원유세에 나서 결국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달라 보였다. 후보들의 ‘말 없는 애원’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는 “강창희 전 최고위원에게 신세를 많이 져서 개인적으로 들르게 됐다”, “강 전 최고위원은 국회에 꼭 들어오셔야 할 분이라고 생각한다”고만 말했다. 나머지 후보들은 마치 곁불을 쬐듯 나란히 서서 기념촬영만 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들이 선거현수막 한편에 자신들의 얼굴을, 다른 한편에 박 전 대표의 얼굴사진을 넣어가며 ‘후광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게 무색해진 순간이었다.

박 전 대표의 도착에서 출발까지 불과 15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 펼쳐진 풍경 속에는 대전 지역에서 한나라당의 초라한 현주소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지난 2일까지 실시된 가장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한나라당은 총 6개의 대전 선거구 중 오로지 중구 한 곳에서만 당선권 안에서 각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5개 선거구 중 3곳은 한나라당 후보가 1, 2위 다툼에도 못 끼는 것으로 나왔다. 통합민주당과 선진당이 각각 2곳에서 확실한 승리를 장담하면서, 추가 의석 확보를 위해 뛰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시민들의 반응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묻어났다.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애정은 남달라 보였지만, 그게 한나라당과 후보들에게까지 미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였다. “(박 전 대표가) 팽(烹)당했다는 거 아니여유? 박근혜는 좋아도 투표는 달브지유”라는 택시기사 남성우(67)씨의 말이 그런 분위기를 대변했다.

반면 민주당 현역의원들의 경쟁력과 선진당 바람은 만만찮아 보였다. 심대평 선진당 대표는 이날 오후 대전 최대 재래시장인 중앙시장 지원유세에 나서 “한반도대운하가 추진되면 신행정수도는 뒷전으로 밀릴 게 확실하기 때문에, 충청도가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며 “이번이 충청도가 뭉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호소했다. 노골적인 지역감정 부추기기로 볼 수 있는 발언이었지만, 시장에서 테이프 장사를 하는 김모(여·65)씨는 “그놈이 그놈이면, 아무래두 우리 식구가 낫겠지”라며 공감을 표했다.

대전 = 오남석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