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5일 도라산 평화공원 식목행사를 마친 뒤, 서울 은평 뉴타운 건설현장을 방문한 것을 놓고 여야간 공방이 이어지면서, 대통령 방문이 선거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청와대는 서울시의 ‘노숙인 일자리갖기 사업’에 따라 근무 중인 노숙자들을 만나 격려한 것 뿐이라고 하지만, 이 지역이 대통령 핵심 측근인 이재오 한나라당 후보 지역구(은평을)인 데다, 지난 2일까지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와 경합 중인 상황이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한편 한반도 대운하 반대를 전면에 내걸었던 장재완 친박연대 후보는 7일 “역사의 죄인이 되고 싶지 않다”며 후보를 사퇴했다.

문 후보가 대표로 있는 창조한국당은 7일 논평을 내고, “대통령이 은평을 방문하기 바로 전날, 선거관리위원회는 정부에 선거의 중립성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며 “대통령의 은평 방문을 선거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선관위의 이중적 태도는 선관위가 선거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법적 기관인지 회의를 품게 한다”고 맹비난했다. 창조한국당은 “선거를 불과 나흘 앞둔 시점에서 ‘노숙자 격려’를 목적으로 은평을 방문하는 것이 선관위 예외조항인 ‘꼭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앞서 창조한국당은 전날 비례대표 후보들이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이 예정에도 없던 은평을 방문한 것은 민의를 압박하는 불법 선거개입”이라며 청와대에 항의서한을 제출했다.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는 이날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관권을 동원한 이명박 정부의 야당 죽이기가 시작됐다”며 “대통령이 선거막바지에 여당 2인자의 선거가 위태로워지자 현장을 방문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에 대해 중앙선관위가 ‘선거법 위반 발언이 없다’고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관권 개입을 묵인해준 데 대해 심히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장재완 후보는 이날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선거가 박빙으로 치러지는 예민한 시기에 대통령이 은평을 방문한 것은 정도(正道)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정 후보 지지를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문 후보와 이 후보 간에 공명한 선거가 치러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 후보 측은 대통령의 지역구 방문이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가는 것을 보니 이 후보가 세긴 세구나’ 하는 생각을 할 것”이라며 “엄청난 변수는 되지 않겠지만, 보수층 결집과 친한나라 성향 부동층에 약간의 ‘플러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6일 “대통령 국정활동까지 정치적 공세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성훈·심은정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