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4·9 총선 완패의 위기에 처한 통합민주당이 ‘정부여당 독재론’을 제기하며 막판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 은평 뉴타운 방문, 장·차관과 한나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관권 선거 논란, 한나라당 후보들의 금권 선거 논란 등에 대한 공세를 강화함으로써 “지금 정부여당의 오만과 일당 독주에 브레이크를 걸지 않으면 대형 사고를 피할 수 없다”며 대국민 호소에 나선 것이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내내 전국 격전지를 누비며 지원유세를 펼쳐 온 강금실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7일 오전 ‘정부여당은 야당 죽이기를 중단하라’는 제목의 긴급 대국민 성명과 ‘강금실이 국민 여러분의 마음에 띄웁니다’라는 제목의 편지글을 잇따라 내놨다. 문체의 차이만 있을 뿐, 둘 다 한나라당의 ‘일당 독주’를 막아달라는 호소였다.

대국민 성명서에서 강 위원장은 “대통령부터 장·차관, 시장과 구청장, 일선 경찰까지 모두가 한나라당 선거운동에 올인하는 등 정부여당의 총체적 관권선거가 조직적이고 노골화하고 있다”며 “민생은 팽개치고 ‘야당 죽이기’에만 나선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브레이크를 걸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최근 어린이 폭행납치 사건에 늑장 대응해 국민적 지탄을 받은 (경기) 일산경찰서가 현직 동장을 협박해 허위진술을 강요하고, 조작된 내용을 근거로 한명숙 민주당 후보를 음해하려 했다”며 “민생치안을 살펴야 할 경찰이 5공화국 시절에나 있었던 협박 수사, 조작 수사로 야당 후보 죽이기에 나섰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수원 영통의 김진표, 고양 일산동구의 한명숙 후보 등 당선이 유력한 민주당 후보에게 음해공작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수도권마저 완전 독식해 견제 야당의 싹을 없애겠다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일당 독주시대를 막아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강 위원장은 대국민 편지글에서도 “대통령부터 지방자치단체장까지 모두 한나라당 일색인데 국회 권력마저 한나라당이 장악한다면, 브레이크 없는 일당 독주의 끝은 대형사고일 수밖에 없다”며 “국민 여러분이 지금 바로잡아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강 위원장의 이같은 호소전은 ‘정부여당을 방치했다간 씨가 마를 수 있다’는 민주당의 위기감을 반영한다. 박선숙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관권 선거, 금권 선거를 스스럼없이 자행하는 모습을 보면 저들(정부 여당)은 10년 전이나, 5년 전이나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며 “국민들께 ‘견제와 균형’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하는 데 막판 선거운동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특히 주력 지지층인 30~40대의 투표 여부가 선거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이들의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8시부터 당 지도부가 ‘100시간 불면 선거운동’에 돌입, 극단적인 체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도 전통적 지지층의 위기의식을 자극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오남석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