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부산 남구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무성(오른쪽 두번째)후보가 30일 부산 남구 우암동 재래시장에서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부산 = 정하종기자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27일 오전 부산 서구 충무동 로터리에서는 ‘친박 무소속 연대’ 합동 출정식이 있었다. 이 지역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기준 의원과 이른바 친박근혜계 좌장으로 불리는 남구을의 김무성 의원 등이 모습을 나타냈다. 선거운동원들은 “박근혜를 지키고 나라를 지키겠습니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부산은 원래 한나라당 텃밭이었고, 무소속 후보가 설 자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사정이 달라졌다. 이들 무소속 후보들이 당선 가능성을 높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부산 = 한나라당’이라는 등식을 지탱해온 지역주의가 흔들리고 있는 것일까. 그 대답은 “아니오”이다. 정당지지율에서 한나라당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또한 야당의 ‘견제론’보다는 여당의 ‘안정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거리에서 만난 박모(30대)씨는 “이왕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니까 힘을 좀 실어줄 수 있게 한나라당이 과반수는 차지하는 게 좋지 않을까예?”라고 했다. 이것이 부산의 현재 민심이다. 지역주의는 여전히 완고하며, 다른 정당 후보들은 설 자리가 없어 보인다.

그런 점에서 부산지역에서의 무소속 돌풍은 예전과는 분명히 다른 모습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곧 알게 된다. 우선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이 이 돌풍의 지원군이다. 이들은 친박 무소속 후보들이 공천에서 억울하게 탈락했고, 그래서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 대해 공감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당선되면 한나라당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점도 믿고 있었다. 출정식을 구경하던 50대 한 가정주부는 “결국에는 공천 몬 받아서 나온 거지. 처음부터 지 발로 나온 게 아이니까, 속상해도 원래 한나라당 사람이었으니까, 당선되면 다시 들어 가겠제”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지층과 무소속 후보들 사이에 심리적 유대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후보들도 이 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었다. “당선되면 꼭 돌아가 한나라당의 잘못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결국 이곳 무소속 돌풍의 실체는 ‘한나라당 vs 한나라당’의 내전인 것이다.

물론 그 바람의 파괴력은 지역구마다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부산 남구을의 경우 김무성 의원은 지지율에서 한나라당 정태윤 후보를 오차범위를 훨씬 넘어 앞서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인지도다. 김 의원은 3선의 현역의원이고 상대인 정 후보는 정치신인이다. 남구에서 18년째 살고 있다는 최모(60)씨는 “김무성씨가 되지 싶어예. 해놓은 게 많잖아예. 이번에 만고에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나온 모양인데”라고 말했다. 다른 주민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 의원에 대해선 잘 아는데, 한나라당 후보는 모른다는 것이다. 인지도는 선거결과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다. 이번처럼 정당 후보가 뒤늦게 확정된 선거에선 그 위력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김 의원 측은 조직면에서도 지역 당원들이 자신과 함께 대거 탈당해 강세라고 주장한다.

서구의 유기준 의원도 지지율에서 한나라당 조양호 후보를 앞서고 있다. 이곳에서 현역의원과 정치신인의 대결이다. 일단 인지도에서 유 후보가 조 후보를 앞서고 있는 것이 그대로 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다. 이 지역에 살고 있는 한 50대 가정주부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한나라당 후보보다는 그래도 유기준 후보의 얼굴을 쪼끔이라도 더 마이 아니까 쫌 유리할 거 같네예.” 다만 유 의원은 초선의원이다. 3선의 김무성 의원이 누리고 있는 인지도나 조직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해 보이는 것이 변수인 것 같았다. 더구나 서구는 지난 연말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부산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었다. 이 점이 유 의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계파싸움의 부당한 희생양’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동정심을 자극하는 한편, ‘박근혜 마케팅’에 더 의존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인지도와 조직이 무소속 돌풍의 파괴력을 측정하는 지표가 될 것이다. 여기에서 비교우위를 갖지 못한 무소속 후보들의 경우 ‘부산사람들은 한나라당 후보를 찍는다’라는 지역 정서의 벽을 넘기가 간단치 않아 보인다. 무소속 후보들은 부동층을 겨냥한 감성적 선거 전략으로 ‘바람몰이’를 시도할 것이지만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이것이 지금 부산에서 불고 있는 무소속 돌풍의 관전 포인트다.

부산 = 전용주 동의대 교수

◆전용주 교수 약력

▲1965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미국 캔자스대 정치학 석·박사 ▲동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현) ▲동의대 선거정치연구소 소장(현) ▲‘정치자금과 선거’(공저, 2004년) 등 논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