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4·9총선 충남 천안을에 출마한 통합민주당 박완주(왼쪽부터), 한나라당 김호연, 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가 25일 오전 지역주민들과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심만수기자

“충청 민심의 바로미터는 천안이다.” 4·9총선에서 충청 민심의 향배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지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관측이 나돌고 있다. 천안은 충남의 한 도시지만, 이 지역의 선거 결과는 충청권 선거 향배의 축소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천안은 지난 20년간 인구가 25만명 가까이 늘었으며, 증가 추세 또한 가파른 도농(都農)복합 시다. 이에 따라 천안을 선거구는 도시화된 지역과 농촌 지역으로 선명하게 나뉜다. 또한 토박이보다 새로 이주해온 유입 인구가 훨씬 많다. 이러한 특성은 천안을이 다른 충남지역의 일반적인 투표행태와 차이를 나타나게 한다.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의 전통을 잇고 있는 자유선진당에 대한 지지도가 충남의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유입된 인구의 출신지별 지지 성향과 이슈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선거행태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즉, 토박이들의 자유선진당 지향, 유입된 인구들의 출신지별 정당 성향, 여기에 인물·정책 선호도까지 3가지 변수가 표심을 흔들고 있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 그리고 자유선진당이 천안을에서 얼마나 선전하는지를 보면 충청 민심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다. 천안을이 ‘중원 삼국지’의 결전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김욱 (정치학)배재대 교수는 “충남지역에서 자유선진당의 영향력이 국민중심당(국중당) 시절에 비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천안지역에서의 영향력은 도시의 성격상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의 전망은 이 지역의 선거지형이 지역색 이외에도 얼마나 많은 요소의 영향을 받고 있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이와 함께 천안을 표심의 향배는 충남을 베이스캠프로 한 ‘자유선진당 바람’이 천안-대전으로 이어지는 경부축을 넘어 충북과 영남 등으로 확대될지 여부를 가늠할 잣대가 될 것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전통적으로 충남은 신민주공화당, 자유민주연합, 국민중심당 등의 강세지역이었다. 이들이 경부축을 넘어설 때는 영향력이 확대된 반면, 이를 넘지 못했을 때는 소지역 차원의 무풍에 그쳤다.

24일 현재 각 정당에서 공천을 받은 천안을 선거구의 후보들은 한나라당 김호연, 통합민주당 박완주, 자유선진당 박상돈, 민주노동당 선춘자, 평화통일가정당의 김명운씨 등이다. 각 후보들이 주장하는 비교우위의 장점은 각 당의 총선 이슈 경쟁과 닮아있다. 한나라당 김호연 후보는 당내 잡음으로 공천확정이 늦어진 데다 지역주민들의 인지도 역시 높지 않지만,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유사한 경력을 앞세워 ‘경제 후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기업유치 등을 통해 지역 경제를 살리고, 교통 및 문화시설을 확충하겠다는 공약으로 낮은 인지도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현역 의원으로 자유선진당의 공천을 받아 일찌감치 재선에 도전하고 있는 박상돈 의원은 수도권 규제 완화를 막아내겠다는 자유선진당의 바람, 그리고 지역 현안에 대한 다양한 공약을 무기로 재선을 장담하고 있다. 박 의원은 “자유선진당에 의지하기보다는 17대 국회 우수입법의원으로 선정된 자신의 의정활동 성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겠다”며 지난 4년간의 의정활동 성과를 강조했다.

40대 초반의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 통합민주당 박완주 후보는 이 지역의 토박이로서 자유선진당의 바람을 차단하며 전국적인 ‘견제 심리’ 형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공천확정이 늦어져 가장 나중에 선거사무실을 열었지만, 일찍 예비후보로 등록해 얼굴을 알려온 선점 효과도 노리고 있다. 특히 천안시와 아산시의 통합이라는 지역의 중대현안을 제기하며 경쟁의 주도권을 장악하려 애쓰고 있다.

천안시의 최근 선거 결과를 보면 한나라당의 경우 2004년 총선 때 25% 득표부터 2006년 천안시장선거 때 62.9% 득표까지 지지도의 등락이 심한 편이다. 62.9%의 지지를 받은 성무용 천안시장의 경우 현역 시장이라는 프리미엄 효과를 누린 측면이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나라당의 현재 지지율은 이보다 낮다고 할 수 있다. 통합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역대 선거에서 21%대에서 45%대의 득표율을 보였지만, 2004년 총선의 경우 ‘탄핵역풍’ 효과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통합민주당의 지지도 역시 이보다 낮은 수준으로 분석된다. 자유선진당의 경우 자민련·국중당 시절 12%에서 25%대의 지지도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연말 17대 대선 때 이회창 후보가 이 지역에서 26%대 득표를 하고 현재도 충남지역에서 상당한 바람몰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이회창 후보가 전국적으로는 15%대의 득표율을 보인 것을 고려할 때 자유선진당의 바람이 천안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정당지지도, 여당 및 현역 프리미엄, 중앙정치의 이슈효과, 그리고 각 후보의 인물효과를 종합하면 천안을의 표심은 아직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 정당의 전국적 정책과 공약 제시가 이곳 표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미 ‘상수’가 되어버린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도에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이 어떤 정책적 카드를 내미느냐에 따라 판도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한나라당의 경제살리기와 한반도대운하정책, 여기에 야당의 수도권규제완화 반대와 한반도대운하 반대 공약, 나아가 이를 넘어선 제2, 제3의 공약과 정책이 어떻게 유권자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게 분명하다.지역색보다는 공천 갈등의 후폭풍, 정책과 공약의 성숙도가 당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듯 ‘이명박 효과’가 약해진 여당의 후보(김호연), 현역이지만 신생정당의 후보(박상돈), 최대 야당이지만 지지도가 낮은 정당의 후보(박완주)의 대결은 전국적인 총선 구도와 맥이 닿아있다. 더욱이 공천확정이 늦어진 데다 예비후보들의 난립으로 유권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어렵다는 점, 투표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어느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도 이 선거구에 국한되지 않은 흥미로운 관심거리다.

엄태석 서원대 교수

◆엄태석 교수 ▲1963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정치학 석·박사 ▲한국정치학회 상임이사(현), 충청정치학회장(2007) ▲미국 아메리칸대 초빙교수 ▲서원대 정치행정학과 교수(현) ▲‘한국의 선거제도 1’(공저), ‘기초지방의회의 이해’ 등 저서 및 논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