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4·9 총선 비례대표 후보자 50명은 지역과 직능, 사회 및 당 기여도에 대해 나름대로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고소영, 강부자’로 통칭되는 내각 인선 파동과 지역구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을 의식해 비례대표 후보자 인선은 지역과 직능, 소외층 위주로 했다는 게 한나라당의 설명이다. 하지만 친이명박계가 다수여서 ‘대선 논공 행상 공천’ 논란의 소지가 많아 보인다.

이번 비례대표 인선도 당헌. 당규에 따라 1번은 여성에게 돌아갔으며, 남성과 여성이 교대로 배치되는 형식을 취했다. 비례대표 1번은 빈민운동가 강명순씨에게 돌아갔다. 2번은 ‘나병’으로 알려진 한센병을 극복하고 사회적 편견의 벽을 허물기 위해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빛복지협회 임두성 회장이, 5번은 장애인을 대표해 이정선 한국장애인복지포럼 대표이사가 각각 배정받았다.

노동계 출신은 이용득 전 노총위원장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강성천 전 한국노총 부위원장이 4번으로 선정됐고, ‘꼿꼿장수’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은 6번을 받았다.호남 몫으로 김소남 전국호남향우회 여성회장이 7번에 배정됐다. 지역구 공천에서 탈락했던 정진석 의원은 대선 기여도와 충청 몫이 반영돼 8번에 배려됐다.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입’을 맡은 조윤선 대변인은 당선 안정권인 13번에 배정됐다.

대통령직 인수위에 참여했던 친이명박계 인사들이 약진한 반면, 친박근혜계는 1명밖에 배정받지 못해 명암이 엇갈렸다. 친이계로는 배은희 전 공동선대위원장(3번)과 이달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10번), 김금래 전 당선인 비서실 여성팀장(11번), 이춘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18번)등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사들도 약진했다. 친 박근혜계에서는 호남 출신인 이정현 전 공보특보만 22번을 받았다.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했던 이은재 건국대 행정대학원장이 9번을 받아 자격 논란이 예상되며, 당초 비례대표 1번으로 거론됐던 이경숙 전 인수위원장은 ‘학교에 남겠다’면서 비례대표 신청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전체 50명의 평균 연령은 52.9세이다. 지역별로는 영남이 14명으로 가장 많았고, 수도권 12명, 호남 11명, 충청 6명, 기타 7명으로 지역안배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30번 이내에 호남출신 인사7명을 배정한 것은 호남 배려 차원으로 해석된다. 특히 ‘톱 10’에 랭크된 임두성 한빛복지협회 회장과 강성천 한국노총 부위원장은 각각 초등학교와 중학교만 졸업했고, 20번에 배정된 임동규 전 서울시의회 의장은 무학이라는 점에서 ‘학력파괴’ 현상도 눈에 띠는 점이다.

권은중기자 jungk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