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도봉갑에 출마한 김근태 통합민주당 후보가 25일 오전 도봉구 방학1동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등록을 하고 있다. 정하종기자

통합민주당이 4·9 총선 후보 등록일인 25일까지 후보 공천 작업을 벌였으나 결국 지역구 40곳은 후보를 내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금고형 이상 비리 전력자 공천 배제’원칙에 따라 탈락한 신계륜 전 사무총장, 이상수·이호웅 전 의원은 결국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선택했다. 민주당은 공천 초기 ‘개혁공천’기치를 내세우며 여론의 호응을 받았지만, 뒤로 갈수록 공천 원칙이 흐지부지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비리 전력자’ 6명 무소속 출마 = 손학규 대표는 25일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마당에 (신계륜 전 사무총장이) 사무총장, 선대본부장을 사퇴해서 참으로 안타깝다”면서도 “아픔은 아픔이고 이제 총선은 승리를 향해서 쉼 없이, 주저 없이 힘 있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천혁명은 민주당이 깊이 반성하고 쇄신하겠다는 정신을 구체적으로 체현한 것”이라며 “어디까지나 국민의 뜻을 받들어 공천과 선거를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공천 배제자 4인’ 지역구(서울 성북을, 중랑갑, 영등포을, 인천 남동을)에 대해 성북을은 박찬희 전 국민일보 정치부장, 영등포을 이경숙 의원, 중랑갑은 임성락 다솜치과 원장의 공천을 확정했다. 인천 남동을은 신청자가 없어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 이들 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음으로써 이들의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사실상 ‘묵인’한 것 아니냐는 예상을 깬 것이다.

앞서 신 전 총장은 24일 사무총장과 당 선거대책본부장을 사퇴한 뒤 기자 간담회에서 “억울함을 참고 전진할 힘이 없어졌다. 내가 죽을 자리를 찾아 가겠다”고 말했다. 신 전 총장은 성북을에, 이상수·이호웅 전 의원은 각각 중랑갑과 인천 남동을에 무소속 출마하기로 했다. 영등포을에 공천을 신청했던 김민석 최고위원은 성명을 내 “공심위 결정을 존중하고 어떤 형태로든 출마하지 않겠다”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공심위가 탈락시킨 비리 전력자 11인 가운데 김대중 전 대통령 측 박지원 전 비서실장과 차남 김홍업 의원, 이용희(자유선진당) 의원등 모두 6명이 무소속 또는 다른 당 후보로 출마하게 됐다.

◆ 미공천 지역 속출 = 민주당이 ‘비리 배제자 4인’지역구 중 3곳의 공천 후보를 확정함에 따라 이날 오전 현재 245개 지역 중 모두 205곳의 공천을 확정했다. 그러나 결국 원내 제1당이 후보 등록 시점까지 무더기로 공천을 하지 못하게 됐다. 미공천 40곳은 부산 7곳, 대구 7곳, 울산 5곳, 경북 10곳, 경남 6곳, 충남 2곳, 경기 2곳, 인천 1곳 등이다.

민주당은 초기 비리 전력자 배제, 호남 현역 30% 우선 배제 등 쇄신 공천 칼날을 휘둘렀지만 호남 물갈이율은 30%대에 불과하고, 수도권 현역 의원들도 대안부재론을 이유로 대부분 공천되는 등 개혁원칙이 퇴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로 열린우리당’, ‘태현실(태반이 현역 실세)’ 등도 회자됐다. 박경철 공심위 간사도 “수도권 현역 의원들은 의원 평가에서 실력이 안되는데도 대안이 없다는 이유로 공천받았다.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포지티브 공천이 아니라 네거티브 공천에 치중한 탓이다.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