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대구 달성에서 후보 등록을 마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조용한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달성군선관위를 직접 찾아가 가장 먼저 후보등록을 마쳤다.

박 전 대표는 소감을 문는 질문에 “열심히 선거운동을 해 자주 찾아뵙지 못한 주민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겠다”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바른 정치 살기 좋은 달성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승용차를 타고 11시쯤 경북 구미시 상모동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했다. 생가에는 친박 무소속 연대 김태환 (구미을) 의원,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은 이재순(구미을)·김성조(구미갑) 의원 등 총선 출마자를 비롯해 500여명의 구미지역 지지자들이 모였다. 박 전 대표는 지지자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지역구에 곧바로 돌아갔다. 박 전 대표는 총선이 끝날 때까지 자신의 지역구에만 머무르면서 선거운동에 전념키로 해 사실상 칩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박 전 대표는 이날 예상됐던 친박계 허용범(안동) 한나라당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도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원유세는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한나라당 친박계 후보에 대한 ‘전략적 선택 지원’이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신념인 원칙을 훼손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친박계 한 측근 의원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당분간 지역구 외 일정은 잡지 않았다”면서 “지원유세를 나갈 경우 국민들 눈에는 원칙을 깨는 것처럼 보이는 만큼, 지역구에서만 움직이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심사는 상당히 복잡하다. 지난 23일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라고 말할 정도로 이명박 대통령과 당 지도부에 배신감을 느끼고 있지만, 친박계 후보들에 대한 직접적 유세 지원을 하는 것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표는 총선까지 지역구에서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는 한편, 공천과정에서 친박계가 상당수 잘려나간 상황에 처한 만큼 총선 이후 공천책임론을 집중적으로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 측근은 “아버지 생가를 방문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과 당 지도부에 대한 배신감으로 상당히 마음앓이를 했다는 방증”이라면서 “대표는 경선에 진 뒤 승복한 사람에게 보복하는 정치발전의 후퇴, 신뢰정치의 붕괴 문제를 통탄해하고 계신다”고 전했다.

대구 = 박천학·신보영기자 kobbl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