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국회부의장이 25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선관위 사무실에서 보좌관을 통해 18대 총선 후보등록을 마쳤다.

이로써 이 부의장의 출마 여부를 둘러싸고 계파간 내홍으로 비화되던 갈등기류는 일단 한꺼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이 부의장의 후보등록은 본인의 뜻은 물론 청와대의 의지도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의장은 이날 후보 등록 직후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출마한다고) 큰소리는 쳤지만 사실 밤새 한잠도 못 잤다”며 “저를 도와주신 분들이 공천해 달라고 그렇게 부탁했는데 다 매정하게 거절해 나에게 얼마나 한이 맺혔겠느냐”고 말했다.

이 부의장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사소한 직도 맡지 않고 저를 키워주신 고향 발전을 위해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의장은 ‘밤새 고민했다’는 점을 여러 차례 밝힌 뒤 “아침도 못 먹었다”며 기자들과 컵 라면으로 늦은 아침 식사를 했다.

이 부의장은 “오늘 아침 일부 신문에 보니 내가 공천 초기 독주했다는 식으로 나왔는데 참 어이없다”며 “내가 대통령 형만 아니면 (측근들에게) 공천 달라고 싸워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의장은 “정말 솔직히 말하면 나도 내 보신하느라, 나를 지키느라 공천 부탁하는 분들 매정하게 거절했다”며 “앞으로 젊은 사람들이 또 어떻게 나올지, 대통령에게 그런 점들이 어떤 부담이 될지 고민돼 밤새 잠도 못 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재오 의원이 그렇게) 했을 리가 없다. 내가 권력투쟁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참 무서운 일이더라. 솔직히 대통령이 내게는 큰 부담이 됐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이재오 의원측과의 관계개선 여부에 대해서도 “나는 이재오 의원을 비난한 적도 없고, 이 의원과 다툰 적도 없다. 이 의원은 내 경쟁상대도 아니고 싸운 적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면서 “나는 그저 당의 화합과 안정에만 신경쓰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자꾸 권력투쟁이니 뭐니 하고 비치니 민망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 부의장은 “저의 후보등록이 대통령에게 플러스냐 마이너스냐를 놓고 엄청 고민했다”며 “오늘 아침 공성진 의원에게 전화와서 이재오 의원도 정상 출마키로 했고 남경필 의원과 소장파들도 자기 지역구에서 다시 열심히 뛰기로 해서 부담을 덜었다”고 말했다.

이 부의장은 “박희태 의원, 김덕룡 의원이 모두 떨어질 줄은 몰랐고 나혼자 그렇게 통과돼서 너무 죄책감이 들었다”며 “안강민 공천심사위원장이 내게 공식적으로 말하길 ‘이번 공천에서는 선배님 같은 다선 의원들을 배제하는 게 원칙이었으나 당 화합과 갈등 해소를 위해 남는 게 좋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포항 =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