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내 총선 공천파동을 바라보는 심경은 복잡다단하다. 국정운영 안정을 위한 과반의석도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한 여론 추이도 봐야 한다. 그렇다고 총선중립을 지켜야할 대통령으로서 명시적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없다는 생각이다. 분명 딜레마 상황이다. 사태의 중심에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서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은 배가된다. 당장 이 부의장에 대한 불출마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2인자를 노린 측근들이 권력투쟁에 친형을 물고 들어간 상황은 이 대통령의 마음을 서글프게 하는 대목이다. 대통령으로서 간단하게 불출마 권유를 작정하기에는 역으로 ‘사심있는’ 측근들에 대한 배신감이 앞서 다가온다. 의석수가 몇석이 됐든 향후 정국운영에 대한 불안감도 느끼게 한다.

25일 측근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이런 연유에서 이 대통령은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다 엄밀하게는 이 대통령은 ‘무위’와 ‘무언’을 대응카드로 선택했고, 이런 기조가 지속된다는 의미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청와대를 방문해 이 부의장 불출마를 건의하는 자리에서 “형님의 거취는 내가 뭐라 말할 바가 못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더 이상 친형을 엮어 당내 분란상황을 증폭시키지 말라고 질책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청와대에서는 이 대통령의 심정을 반영해 내내 “이 부의장의 거취 문제는 본인과 당에 일임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만 나왔다.

사실 이 대통령에게 이 부의장의 존재는 혈육 그 이상의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 부의장이 없는 당과 국회는 자칫 이 대통령의 주도권 상실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개국공신 측근들이 정권 창출 후 제각각의 진로를 모색하는 상황이 총선을 계기로 가시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간이 갈수록 이 같은 권력투쟁은 심화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한 측근은 전했다. 대통령을 위해 일하는 사람보다 제 갈길로 권력을 지향하는 기운이 강력해진다는 해석이다. 더구나 대선 당시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냈던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 등 중진들도 이번 공천파동 와중에 살아남지 못했다. 실제 청와대 내에서는 이 대통령이 정무적으로 믿고 의지할 중진들이 없어짐으로써 심각한 정무적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대통령보다 일찍 정치를 시작해 험난한 권력투쟁을 목도했던 이 부의장은 현 시점까지 이 대통령의 중요한 정치적 선택의 길목마다 사심 없는 조언을 해왔던 게 사실이다. 한 측근은 “이 부의장은 형님이라서가 아니라 아무런 사심 없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끝까지 지켜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라고 평한다.

한편 이 대통령은 선거개입 시비의 빌미를 줄까 우려해 당초 이날로 예정했던 강재섭 대표와의 고위 당·청회동도 총선 뒤로 연기했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