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장관 중 정동영 전 장관은 본인이 희망했지만 대선에 관련된 분이라 뺐다.”(이재정 장관)

“법적으로 그렇게 돼 있느냐.”(권호웅 북측 내각참사)

17일 열린 남북 열차시험운행 행사에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명단에서 누락된 것을 놓고 이재정 통일부장관과 권호웅 북측 내각참사간에 오간 대화내용이다. 이 장관은 “법적으로 그렇게 돼 있느냐”는 권 참사의 반응에 “그런 게 아니다. 한명숙 전 총리도 고향이 평북인데 대선 후보라 빠졌다”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열차시험운행은 끝났지만 열차 탑승자 선정을 두고 정 전 장관을 비롯해 탑승을 강력히 희망했던 한나라당 소속의 김문수 경기지사 등의 누락을 둘러싸고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북측 인사도 탑승자 명단 선정에 대해 고개를 가로저은데다 정부내에서도 “옹졸한 탑승자 선정으로 역사적인 행사에 오점을 남겼다”는 비판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동영 전 장관과 김문수 경기도 지사, 김진선 강원도 지사가 이번 열차시험운행 탑승자 명단에서 제외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들 인사는 당초 통일부측으로부터 탑승자 명단 포함에 긍정적인 입장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막판에 통일부가 여러가지 선정 조건을 들며 명단에 포함시키지 않으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정 전 의장측에서는 최근 노무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청와대측이 탑승을 거부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문수 지사 등의 누락에 대해서는 경의선과 동해선 관할인 경기도, 강원도에서 파주시 부시장과 고성군 부군수는 시험운행에 초청하면서 도지사들을 배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명백한 “야당 탄압”이라고 불만을 표시하고 나선 상황이다.

심지어 통일부 내부에서도 최근 이 장관에 대해 ‘너무 청와대와 코드를 맞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번 열차시험운행 명단과 관련해서도 그렇고, 실제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간부급 인사들도 행사에 거의 참가하지 못했다. 통일부 한 인사는 “(열차시험운행이) 솔직히 통일부 행사냐”라고 이같은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시하기도 했다.

한편 노사모 대표로 통일운동과 연관성이 불분명하면서도 열차시험운행에 초청돼‘코드 논란’의 중심에 섰던 명계남씨는 예정대로 동해선 열차시험운행에 참가했다. 하지만 남측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명씨는 기자들의 질문이 계속 이어지자 “나는 바다이야기 대표로 온 사람이다. 나는 바다이야기 이후 죽은 사람이다”라고 말한 뒤 입을 굳게 닫았다. 그러나 명씨는 동해선 시험열차 출발 직전 금강산역에서 출발 직전 북측 기자와 정담을 나누기도 했다. 명씨와 대화한 이 북측 기자는 ‘무슨 얘기를 했느냐’는 남측 취재진의 질문에 “명씨가 ‘이번 열차 시험운행으로 남북이 경제적으로 하나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될 것이다. 열차 정식 개통도 빨리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공동취재단·권로미기자 ro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