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영국 석유기업과 장기 계약을 맺고 석유개발에 적극 나섰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5일 영국과 아일랜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아미넥스’가 최근 북한과 향후 20년간 북한 전역에서 석유 탐사 및 개발을 하기로 하고 이달중으로 지질학자 등 기술자를 북한에 파견한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서방 기업에 석유 탐사 및 개발권을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FT에 따르면, 아미넥스는 향후 20년간 석유 탐사 및 시추권을 갖고 북한 전역에서 석유탐사를 하게 된다. 이때 발견되는 석유매장량 등 각종 자료 등을 북한에 제공하고 석유생산시설 건립에 필요한 기술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대규모 유정발견에 성공하면 아미넥스는 다른 기업에 앞서 우선적으로 생산에 참여할 수 있으며 다른 기업이 유정개발할 때에는 수익의 일정부분을 보장받기로 했다. 아미넥스측은 “북한 서해안은 중국 동부 유전지대와 맞닿아 있는 등 다량의 석유가 발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아미넥스는 북한과의 인연은 6년전인 1998년 북한 관리들이 영국 석유산업의 중심지인 스코틀랜드 에버딘을 방문, 아미넥스 관계자들을 만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후 아미넥스는 1999년 3월 북한 서해안에 약 1억~6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는 보고서를 북한측에 보냈으며 이를 계기로 아미넥스의 브라이언 홀 사장 등은 북한 정부의 초대를 받아 평양을 방문, 북한 석유 회사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다. 당시 협상은 그리 진척되지 않았으나 최근 북한측이 노후화된 석유산업의 개선필요성을 밝히면서 급진전됐다.

이번 계약은 스위스 상업법에 따라 이뤄졌으며 북한 주재 영국 대사가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미넥스의 브라이언 홀 사장은 “계약은 지난 6월 30일 이뤄졌으나 당시 핵문제 등이 불거지는 등 국제관계가 긴장돼 발표를 미뤄왔다”며 “이번 석유개발 참여가 북한과 서방세계를 연결하는 고리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아미넥스는 석유탐사전문회사로 미국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러시아 타타르스탄, 탄자니아 등에서 석유 탐사 및 생산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홍성철기자redho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