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13일 막을 내렸다. 100여개국의 6000여 출판사가 33만여종의 책과 CD롬 등을 출품한 이번 도서전에서 우리의 관심을 가장 끈 것은 2005년 주빈국(Guest of Honor)으로 선정된 한국의 위상과 준비상황이었다. 일반적으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은 당연히 유럽과 미국 등 서방권의 출판물들이다. 문화적 동질성이 작용한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언어 소통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2005년 주빈국으로서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를 놓고 고심해야 할 대목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가장 시급한 것이 한국 출판물의 번역이다. 이번 도서전에서 한국문학번역원은 18개 언어로 번역된 우리나라 문학작품 195권을 전시하는 등 나름대로 성의를 보였지만, 세계의 주목을 끌기엔 여전히 미흡한 감을 떨치지 못했다.

이와 관련, 대한출판문화협회측은 한국문학번역원과는 별도로 ‘한국의 명저 100권’을 선정, 2005년 전시회 때까지 번역, 선을 보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음악 공연 등 다양한 문화행사로 주빈국 역할에 대처하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심지어 북한과 접촉, 2005년 도서전에 남북이 함께 참여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는 복안까지 밝혔다.

물론, 다양한 문화행사도 좋고, 국제도서전에 남북이 함께 참여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도서전의 핵심은 바로 ‘책’에 있다. 가장 기본적인 알맹이가 세계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면 아무리 다양한 ‘메뉴’를 내놓더라도 각국 출판 관계자들의 입맛을 당기게 하기엔 미흡할 것이다.

출판문화협회측이 밝힌 ‘한국의 명저 100권’ 선정만 하더라도, 앞으로 ‘공정한’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100권을 뽑은 다음, 번역에 착수하겠다는 것이지만 문제는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잡음을 최대한 미리 제거해야 할 것이며, 번역자 선정과 감수 과정도 만만한 문제가 아니다. 자칫 ‘졸속’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되는 바가 없지 않다.

여타 국제행사와는 달리 국제도서전이야말로 한두해의 ‘반짝’ 열기로 대처할 수 있는 행사가 아니라 그동안 쌓아온 문화역량이 총체적으로 드러나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김영번기자 zerokim@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