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세계야외공연축제 2003’(예술감독 양정순)이 우여곡절 끝에 8일부터 17일까지 경기 남양주시 북한강관광마을에서 열린다.

이 축제는 지난 2001년 지역정서에 뿌리박은 예술축제로 출발, 보편성과 독창성을 갖춘 지방축제의 새로운 모델로까지 평가됐었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좋은 일에는 질투가 많은 법. 남양주 세계야외공연축제라고 예외일 수 없었다.

과천마당극축제를 만들고, 전주 소리축제, 세계통과의례축제를 기획하는 등 지역축제 부문에서 남다른 역량을 보인 임진택씨와 최근 남양주로 근거지를 옮긴 극단 길라잡이의 양정순대표 등 민간이 중심이 돼 남양주축제를 새로운 개념의 환경축제로 이끌어 내며 좋은 평가를 받자 지역예술인들과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올해는 지역예술인들이 중심이 돼 축제를 치러야 한다는 주장과 이를 지지하는 지방자치단체 일부관리들과의 갈등이 심화돼 매년 5월 치러지던 축제의 개최여부가 불투명해지기도 했다. 경기도에서 이 축제의 지원예산까지 책정했는데 남양주시측에서는 거기에 상응하는 예산조차 책정하지 않은 사태가 빚어졌고, 시측은 뒤늦게 예산편성을 한 다음 축제 주체를 바꾸려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기존의 축제사무국과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여는 등 크게 반발해 축제는 3개월 가량 늦어져 8월에 열리게 됐다.

이에 따라 계획된 주요 참가작들의 공연이 취소되는 등 축제의 진행에 적지않은 차질이 빚어졌다. 그러나 축제본부측의 노력으로 영화감독 여균동씨의 동생 계숙씨가 활동하는 독일 전위음악그룹 시쥐스를 비롯해 배주윤씨가 객원 주역으로 있는 러시아 마리스키 발레단과 이탈리아, 콜롬비아 등 유명 해외 단체가 참여했다.

또 영상과 음악을 결합한 여균동 감독의 통일염원 퍼포먼스, 극단 경계없는 연극의 ‘달세계로의 여행’과 같은 여러가지 참신한 기획무대가 마련되는 등 기존의 평가에 부끄럽지 않은 축제모습을 갖췄다.

그러나 축제가 사실상 시작됐어도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등 축제본부측과 남양주시 관계자와의 갈등의 소리가 끊이지 않아 걱정스럽다.

문화적으로, 경제적으로 중앙보다 열악한 지방에서 정체성있는 축제를 하나 만들기는 참 어렵다. 그러나 망가뜨리기는 너무도 쉽다. 그래서 민(民)의 위에서 군림하는 행정이 아니라 민의 창조성을 지지, 봉사하는 행정이 요구된다.

또 지역예술도 중앙과 갈등만 할 것이 아니라 대승적 협력을 통해 파이를 키우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김승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