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가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름 없는 모델’도 있다. 동서식품의 커피·프리마 광고의 CF모델 이현미(41·사진왼쪽)씨가 그 대표적인 예. 똑같은 상품의 광고에서 12년째 배우 안성기씨의 단아한 아내로 친숙한 얼굴이지만 다른 광고에서 전혀 볼 수 없고, 신상명세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대학 졸업 후 미국에서 85년부터 유나이트에어라인항공사 승무원으로 근무했어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유나이트에어라인 광고모델로 일했어요. 그 인연으로 한국에서도 광고를 몇편 찍었죠. 현재는 외교관인 미국인 남편과 워싱턴에 거주하며 13, 12세 아이를 키우는 주부입니다.”

업체측은 90년대 초 새 모델을 찾았지만, ‘프리마 부부’라 불릴 만큼 강한 두 사람의 부부이미지 때문에 포기했다고 한다. 이씨도 ‘외교관의 아내’로서 광고 모델 활동을 망설이기도 했지만 남편이 “광고촬영을 핑계삼아 한국에 다녀오라”며 격려해줬다.

그는 “광고용의 짧은 연기지만 1년에 한두번 모델을 서려면 대본을 받은 후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며 “그러나 촬영에 들어가면 안성기씨가 편하게 해주고 호흡이 맞기 때문에 감독이 특별한 지시를 하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 방송중인 CF ‘인형’편은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남편이 목각 피노키오인형을 몰래 사서 아내에게 깜짝 인형극을 해주는 내용.

“외국에 비해 한국의 광고 모델은 너무 10대위주인 것 같아요. 가능하다면 안성기씨와 함께 환갑이 지나도록 광고에 출연해 멋진 모델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우승현기자 noyoma@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