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머슴이라고요.” 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보그룹 본사내 사무실. 이날 TV로 생중계된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에 대한 국회 한보특위 청문회를 보던 상당수 직원들은 鄭총회장의 ‘머슴’발언을 두고 하루종일 분을 삭이지 못했다.
청문회도중 鄭총회장이 은행의 추가 대출이 있었다면 한보그룹 부도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자 국민회의 李相洙(이상수)의원이 “재정본부 차장 말로는 3천억원을 대출받았어도 2개월이상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되묻자 鄭총회장이 발끈하면서 “주인인 내가 알지 머슴이 어떻게 아느냐”고 답한 것이 문제의 발단.

이날 저녁 한보그룹 본사 주변식당과 술집등은 鄭총회장의 ‘머슴’발언에 분통을 터트리는 한보직원들로 한동안 시끌벅적했다.

㈜한보의 최모(33)씨는 “직원들을 머슴이라고 표현한 鄭총회장의 발언에 당혹스러웠다”며 “직원들을 머슴으로 격하하는 鄭씨를 총회장이라고 모셨던 것이 정말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또다른 직원은 “더이상 실추될 여지도 없는 직원들의 명예를 다독거려주어야 할 총회장이 ‘머슴발언’을 하는 바람에 그나마 남아 있던 근로의욕도 완전 사라진 느낌”이라고 허탈해했다.
㈜한보 건설사업본부 孟龍圭(맹용규.35)노조위원장은 “청문회를 본 4백50여명의 조합원들이 노조사무실로 하루종일 항의전화를 걸어왔다”며 “한보를 평생직장으로 알고 묵묵히 일해온 직원들이야말로 한보그룹의 진정한 ‘주인’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李陳錫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