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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지는 대응에 공포 확산
공정위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
정산 날짜 기준 등 제시했지만
국회 정무위서 진척없이 공회전

발란·홈플러스 회생절차 신청
제2·3 티메프 발생 우려 커져

지난해 7월 티몬·위메프(티메프)가 1조5000억 원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를 초래한 이후 정부가 재발 방지 대책을 주 내용으로 하는 법 개정에 나섰지만 국회에서 표류하면서 유통업계 안팎에서 ‘미정산 포비아’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엔 대형마트 업계 2위 홈플러스와 명품 플랫폼 발란이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자 ‘제2·3의 티메프’ 사태를 막기 위해선 입법조치 외에도 업계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각종 낡은 규제들을 혁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0월 티메프 사태 이후 미정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방안’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국회 정무위원회에 머물러 있다. 이 개정안은 국내 중개거래 수익(매출액)이 100억 원 이상이거나 중개거래규모(판매금액)가 1000억 원 이상인 온라인 중개거래 사업자는 소비자가 구매를 확정한 날로부터 20일 이내 직접 혹은 결제대행업체(PG사)가 관리하는 판매대금을 입점 사업자와 정산하도록 했다. 플랫폼이 직접 판매대금을 관리하는 경우엔 판매대금의 50% 이상을 금융기관에 별도로 예치하거나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 개정안에 대한 입법 논의가 공회전을 거듭하는 동안 지난달 31일 발란이 입점 판매자에 대한 정산 지연 끝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제2의 티메프 사태를 우려하는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해졌다. 현재 공정위는 발란과 관련한 정산과 소비자 피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데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상 대형유통업체는 정산기한을 지켜야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 중개업자는 해당되지 않는 탓에 1300여 곳의 입점 업체들의 공포감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발란의 미정산 규모를 수백억 원대로 추산하고 있는데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됐다면 발란 입점 업체들이 판매대금을 일부라도 지급 받을 수 있었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발란에 앞서 홈플러스가 유동성 위기를 겪은 끝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업계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장기화한 고물가·고금리로 내수한파가 거세게 불어닥치는 와중에 잇따른 정산문제로 소비심리가 더욱 얼어붙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또 다른 명품 플랫폼인 머스트잇과 트렌비는 판매자를 대상으로 정산주기를 단축하는 등 유동성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동성 위기를 겪는 유통업체들은 추가로 출자하거나 인수합병에 나서는 수밖에 없어 정부가 회생절차에 맞춰 금융기관의 각종 금융지원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영업시간 제한 등 해묵은 규제들을 혁파해 업계 혁신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전세원 기자 jsw@munhwa.com